[경일포럼]정당 현수막 유감
[경일포럼]정당 현수막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23.07.30 20:2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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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맹자(孟子)를 평가하는 단어가 있다. 우활(迂闊)이다. 사전적 의미는 “사리에 어둡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뜻이다. 이 말은 ‘사기’ ‘맹자순경열전’에 보인다. “맹자의 말은 현실과 거리가 멀고, 당시 상황에 맞지 않는 듯이 보인다.”(見以爲迂遠而闊於事情)라고 평하고 있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는 상앙과 오기(吳起) 같은 군사 전략가·현실주의 정치인과 소진(蘇秦)과 장의(張儀)와 같은 권모술수에 능한 달변가들을 등용해 패도정치에 기반을 둔 부국강병을 꾀하던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맹자가 거침없이 내뱉은 ‘인의(仁義)에 기반한 왕도정치(王道政治)’와 같은 주장들은 그야말로 서양의 돈키호테의 말과 행동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시대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 맹자의 이상(理想)은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이상이었다. 현실을 몰랐거나 외면한 것도 아니다. 당시 상황 속에서 오로지 백성을 위한 실현가능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정치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칼을 쥐고 폭정을 일삼던 사람들을 오히려 우활하다고 이해해야 한다.

인의(仁義)에 기반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설파한 맹자의 바람과는 달리 전국시대의 패권은 진시황(秦始皇)이 거머쥐었다. 천하는 통일되었지만 민중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했다. 나라도 멸망을 면치 못했다. 여기서 우리는 무모한 이상주의자(理想主義者)보다는 교활한 현실주의자(現實主義者)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결국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인의와 도덕에 기반한 왕도정치를 설파한 맹자의 정치관이 오늘날 현실정치에서도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당들이 앞다투어 내걸고 있는 현수막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당 현수막에는 도를 넘어선 조롱과 막말이 차고 또 넘친다. 혹자는 ‘댓글정치’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반면 정강정책(政綱政策)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다. 정당 현수막이 정당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본다면 솔직히 현 상황에서는 ‘저급하다’는 표현 외에는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른바 패도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이다. 그런데 정당들이 내걸고 있는 현수막에 이념과 정책은 실종되고, 비난과 비방만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당 현수막을 ‘후진 정치의 표본’으로 낙인찍고, ‘즉각적인 철거’에 찬성의 표를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아보면,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난에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길거리의 정당 현수막은 여전히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정치적 희화를 중단하지 않았다. 물난리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이러한 정당 현수막을 통해 정당들이 국민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이켜보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바라건대, 정당 현수막이 지역의 미래를 담은 아젠다를 제시하는 정당(政黨)간 경쟁의 장(場)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은 비난과 질책이 아닌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줄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선택을 원한다면 상대 당에 대한 비방과 조롱보다는 지역을 위한 정강정책에 승부를 거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단언컨대, 작금의 정당 현수막을 통한 정치놀음은 전국시대 패도정치에 다름 아니다. 패도의 시대에 왕도(王道)의 기치를 주창했던 맹자의 우활(迂闊)함을 기억해야 한다. 왕도정치의 길은 어렵지 않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된다. 그것이 맹자가 말하는 왕도정치이다. 정당 현수막의 현실은 정말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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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8-01 18:01:26
정치인들은 현수막 설치에 왜 규제받지 않나?
당장 오는 10월로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난장판 선거가 되게 생겼다. 현수막 난립 등 여야 독설과 선전·선동이 난무해도 제재할 근거도 수단도 없다.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지난해 말 국회의 정당 현수막 규제 폐지로 차량 운전과 통행 불편은 물론 일상의 ‘짜증 지수’마저 높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국회 때문에 국민이 끌탕을 먹어야 하는가?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구에서 꼴 보기 싫은 현수막을 수없이 붙인 후보자는 인간성으로 보아 낙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진한 2023-07-31 23:48:50
주었다. ; 春 發使 撫問鰥寡孤獨 各賜穀三斛 孝悌有異行者 賜職一級 [삼국사기 권제3, 1장 뒤쪽, 신라본기 1 내물이사금]

. 출처: 환과고독 [鰥寡孤獨] (한국고전용어사전, 2001. 3. 30.,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윤진한 2023-07-31 23:48:13
인식됩니다. 신라는 국학이 설립되기전에는, 추석.설날같은 유교명절과, 기자조선.삼한의 始原유교(제천의식, 명절, 팔조법금)를 이어받고, 중국.고구려.백제의 선진문물과 유교제도를 받아들이는 상태였다고 인식됩니다. 내물왕때 맹자의 환과고독을 구휼하던 정책이 보입니다.

​환과고독(鰥寡孤獨). 홀아비·과부, 어리고 부모 없는 사람, 늙고 자식이 없는 사람 등을 일컫는 말로, 맹자(孟子)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下) 5에 나오는 용어입니다.

한국 역사의 경우, 그 환과고독에 대한 수취의 감면이나, 구휼책의 사례도 있습니다.

봄에 사신을 보내어 환과고독을 무문하고 각각 곡식 3곡씩을 주었고, 효제로 남다른 행실이 있는 자에게는 관직 1급씩을 주었다. ; 春 發使 撫問鰥寡孤獨 各賜穀三斛 孝悌有異行者 賜職一級

윤진한 2023-07-31 23:47:35
채택되기도 하고, 수용되지 않는 이념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조선(기자조선의 후손이 삼한을 건설. 삼한중 마한지역은 백제, 진한은 신라, 변한은 가야가 됨)은, 은나라왕족 기자가 세운 나라인데, 은나라와 주나라의 신앙과 문물,교육은, 춘추전국시대 공자님의 儒家가 성립되는 토대가 된 始原유교의 시대에 해당됩니다. 한나라때 위만조선을 정벌하여 한사군이 세워졌는데, 한나라때는 중국,한국,베트남,몽고에 걸쳐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가 성립된 시기에 해당됩니다.한사군중 낙랑은 부여보다 선진문화였고, 부여는 고구려보다 선진문화라고 할수 있습니다. 고구려 건국자 주몽의 후손이 남하하여 백제를 건설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고구려 태학이 세워진 고구려, 백제(오경박사), 신라(국학,화랑)순의 국력과 문화수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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