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갚아야 할 꿈(강인한)
[주강홍의 경일시단]갚아야 할 꿈(강인한)
  • 경남일보
  • 승인 2023.07.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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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아야 할 꿈(강인한)
 

 



자정의 비는

가로등이 하얗게 빛나는 곳으로 몰려간다.

멈칫멈칫 내린다.



거기 있을 것이다.

느릅나무 이파리 뒤에 숨어

우는 민달팽이

푸른 울음, 기다란 한 줄이.



내밀어 더듬는 뿔에

당신의 붉은 꿈이 걸린다.

엎치락뒤치락 갚아야 할 당신의 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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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도록 거리를 배회했던 시간이 있었다.

가로등에 비치는 비들이 하얗게 빛나고, 그 폭우에 젖은 몸을 견디며 해결하지 못한 난제에 길을 헤매던 때가 있었다.

더듬기를 포기하고 나뭇잎 뒤에 숨어 이 한때가 지나기를 기다리는 민달팽이처럼 오그라져 숨죽여 푸른 울음을 가둘 때가 있었다.

울음은 가늘고 길었고 대답은 언제나 비에 가려 찾을 수가 없었다.

세상의 등짝에 하염없이 비는 내리고 갚아야 할 것들,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

채워주지 못한 당신의 붉은 꿈이 이 빗속에 가렸다.

야윈 허리를 펼 한 채의 집, 민달팽이의 더듬이에 걸렸다.

엎치락뒤치락 웬 비는 그렇게 오는지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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