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개점휴업
[기자의 시각]개점휴업
  • 백지영
  • 승인 2023.07.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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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취재부
백지영 기자

 



매달 마지막 신문 발행일, 컬러 지면 하나를 통째로 할애해 ‘월간 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음 달 경남 전역의 공연·전시 등 문화 행사를 달력 형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경남도가 각 시·군 제출 자료로 만든 문화 예술 행사 계획표를 바탕으로, 행정 단위에서는 포착하지 못한 민간 단위 행사를 여러 경로로 수집해 더합니다. 각종 행사가 많은 시기에는 경남도 계획표상 일정만 300건에 육박합니다.

한 달 단위로 이 작업을 하다 보면 체감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경남 안에서도 시·군간 문화 향유권 편차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능한 경남 전체 시·군의 일정을 지면으로 고루 전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하루 동안 경남에서 열리는 전체 행사 10건 중 6건 정도가 이 지역에서 열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월간 문화’ 해당 날짜의 칸이 꽉 찰 때면 조금이나마 물리적 형평성을 맞춰 보기 위해 그 지역의 행사를 우선해 잘라내고, 누리집으로만 소개합니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한 달 내내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않기도 합니다.

물론 이 행정 취합본이 경남 각 시·군의 전체 문화 영역 행사를 대변하진 않습니다. 여러 전시실을 할애해 최소 1달 이상 이어가는 대형 기획전에 나선다면, 여러 전시실에서 일주일 단위 단타 대관전을 선보이는 경우에 비해 숫자는 적겠죠. 지역 공연장·전시실이 공사로 휴관하거나, 굵직한 행사 전후로 숨을 고르는 경우도 있고요. 시·군 담당자가 경남도에 전달을 깜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남도 취합본에서 이달 행사가 0건으로 나왔던 의령군의 경우 군민문화회관 누리집에 접속하니 8월 개최 공연 1건이 올라와 있더군요. 하나라도 소개할 수 있어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떤 문예회관에서는 자체 누리집이 없어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정보 조회 자체가 차단돼 있습니다. 몇 달 동안 아무런 전시가 없어 전시실은 개점휴업 상태고, 한 달 중 공연장이 문을 여는 날은 대관 공연이 열리는 단 하루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절망적인 것은 경남도 취합본을 비롯해 어느 경로에서도 문화 예술 행사 소식을 찾을 수 없는 지자체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듣게 되는 심드렁한 반응입니다. “우리요? 이번 달에는 아무 공연이나 전시도 안 하는데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듯 대수롭지 않아하는 답변을 마주할 때면 묻고 싶습니다. 세금으로 짓고 유지하는 공연장·전시실을 ‘우리 지역도 이런 거 있다’는 생색내기 용도로 여기는 건 아니냐고, 알맹이를 채우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느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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