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러스킨 로드와 경제학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러스킨 로드와 경제학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1 2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중요한 예술 평론가이자 후원가, 소묘 화가, 수채화가, 저명한 사회사상가이자 독지가였다. 그는 런던에서 태어나 런던의 킹스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옥스퍼드 대학교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다방면으로 수학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지질학에서부터 건축, 신화, 조류학, 문학, 교육, 원예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었다. 그에 관한 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면서 어느 날 학생들에게 다음과 물음을 던졌다. “여러분은 도대체 무엇 하러 경제학을 공부하는가?” 한 학생이 답한다.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러스킨이 말한다. “좋아요. 오늘 학교로 오는 길에 근방 도로에 빗물이 고여 통행인들이 아주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여러분, 이럴 때 어떡하면 좋겠는가?” 학생들이 대답한다. “우리들이 그곳으로 가서 도로를 손보는 것입니다.” “그렇다! 그럼 당장 그곳으로 가보도록 하자. 자신과 타인에게 직결되는 행복을 꾀하는 행위는 몇 시간의 강의보다 월등히 나은 것이다.”

러스킨의 인솔로 학생들은 괭이와 삽을 들고 도로를 보수해놓은 뒤 흐뭇하고 환한 모습들로 강의실로 다시 돌아왔다. 러스킨이 학생들과 함께 보수해놓은 이 길은 그 후 “러스킨 도로(Ruskin Road)”라고 명명돼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그는 당시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목도하고 불혹의 나이에 사회사상가로 변모하게 된다. 러스킨은 경제학에도 인간의 정신과 영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며 2세기에 걸쳐 위대한 사회개혁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후에 간디를 비롯해 톨스토이, 버나드 쇼 등은 러스킨을 두고 ‘당대 최고의 사회개혁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경제(經濟)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서구의 개념인 ‘economy’가 도쿠가와 막부 시대 말기 일본에 들어오자, 유학자인 다자이 šœ다이(太宰春臺)가 그 역어를 궁리하다가 중국 고대사상인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찾아내어 ‘경제록(經濟錄)’이란 책에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경세제민이란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 즉 백성으로 하여금 잘 먹고 잘살게 해 준다’는 의미이다. 정치의 궁극적 지향점도 흔히 국리민복(國利民福), 즉 나라를 이롭게 하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도처에 ‘위민(爲民)’, ‘리민(利民)’, ‘안민(安民)’이라는 글귀를 흔하게 목도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마저도 ‘인민을 위하고 인민을 이롭게 하며 인민을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의명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풍요로운 삶, 안락한 삶, 질 높은 삶,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은 인간적이어야 하고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모든 활동, 이를테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정치활동과 경제활동이 국민들이 잘 살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었듯이 문화예술활동도 정치활동과 경제활동 하느라 애쓴 사람들에게 쉬고 즐기면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는 것이다.

기업경영의 목적도 종래에는 ‘이윤추구’라고 규정하곤 했다. 사실 기업창설 동기는 이윤추구에서 비롯됐더라도 기업이 창업자의 사적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公器) 즉 사회적 공익들을 담아내는 공공의 그릇으로서 영속적 실체로 이해되면서 기업의 목적은 이익창출과 같은 경제적 가치는 물론 구성원의 만족이나 행복과 같은 사회적 책임까지도 포함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은 주주들에게는 높은 배당금을, 직원들에게는 높은 임금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등, 직간접의 이해관계당사자들에게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