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올해는 유독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곳곳에서 산사태, 토석류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막대했다. 산사태로 시작된 토석류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난 예산지역뿐만 아니라 하천 범람으로 인한 지하차도의 수몰로 오송에서도 안타까운 물 재해가 발생했다. 이런 모든 근본적인 원인이 비인데, 이런 비가 그치고 나면 태풍이라는 더 큰 비바람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 땅밀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 땅밀림지가 최초로 알려진 건 역사적으로 조선시대이지만, 최근에는 1995년 충청북도 단양군 휴석동이다. 그 당시 복구를 위해 단일 땅밀림지에 소요된 금액은 50억원을 넘는다. 그 후 땅밀림지는 서서히 늘어나 지금은 전국에 200여 개소를 훌쩍 넘는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산사태 중 그 원인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땅밀림지가 산사태지로 여겨지는 곳도 있다. 더구나 경남은 땅밀림 재해가 발생한 곳이 80개소를 넘는데, 이 지역의 산사태위험등급이 1등급지는 약 7%, 2등급지가 약 25%, 산사태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3등급지 이하가 약 68%에 달한다. 산사태위험지는 경사가 급한 지역(20도 이상)에 많은데, 땅밀림지는 완구릉지나 구릉지 등 완경사지에서 발생(5∼20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사태의 피해 규모가 작다면, 땅밀림 재해로 인한 피해는 최대 100㏊(가로 10㎞, 세로 10㎞)가 무너지는 일도 있다. 산사태가 산지의 표층이 일부 붕괴해 계곡으로 진행해 토석류로 발달하면 피해가 큰데(예산과 같이), 땅밀림은 산지 지괴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어서 그 피해는 훨씬 크다. 다만, 땅밀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밀리다가 갑작스럽게 무너지기 때문에 긴장도가 산사태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땅밀림 재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발생한 김해시 내삼농공단지나 경주 장항로 땅밀림지로 4차선 도로 약 2㎞ 구간이 높이 20m로 들려 부서진 것이 한 사례다. 특히 땅밀림지는 지하수가 형성되는 저수지 인근, 과거 벼농사를 지었던 마을 근처로 재해 발생 시 인명피해가 클 수 있다. 지금은 논농사를 짓지 않는 가옥이 밀집한 완구릉지가 위험한 것이다. 이러한 지역은 산사태위험등급으로도 3등급 이하이다. 그래서 앞으로 땅밀림 위험지도 제작이 필수적이며, 이는 산사태 위험지도와 병행해 제작, 관리함으로써 산사태나 땅밀림으로 인한 산지 재해를 예방하고 방지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땅밀림지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돌발강우 등 땅밀림이 발생할 수 있는 지질, 지질구조를 지닌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연구 결과 특히 퇴적암 지역인 경남이 우리나라 전체 땅밀림지의 약 32%로 가장 많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서 땅밀림위험지도 제작과 이를 통해 대피 등 필요한 지역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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