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4]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4]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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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국수
지난 글에서 아이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새롭고 남다른 말들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요즘 같은 오란비(장마)철에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듯 내리기도 하는데 그런 비를 ‘동이비’라고 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물을 담은 ‘물동이’ 이야기를 해 주고 ‘화분(花盆)’을 토박이말로 바꾼다면 ‘꽃동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이렇게 토박이말을 알려 주고 그 말과 아랑곳한 다른 새로운 말을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은 남다른 생각, 새로운 생각을 하는 힘을 기르는 좋은 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겪었던 그런 보기 가운데 하나를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젠가 먹거리 이야기를 하다가 ‘우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우동’이라는 말은 본디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에 ‘가락국수’로 다듬어 쓰자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제 이야기를 듣던 한 아이가 왜 ‘가락국수’라고 했을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글을 보시는 분 가운데에는 아시는 분도 계시고 또 몰랐던 이야기라 같이 궁금해 하실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가락국수에서 ‘국수’는 다들 잘 아시는 거고 앞에 있는 ‘가락’이 무엇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것인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다들 잘 알고 있는 말입니다. 가락이 들어가 있는 말로 ‘손가락’, ‘발가락’, ‘젓가락’, ‘윷가락’, ‘엿가락’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같은 ‘가락’이 들어가 있는 말이니까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김새가 ‘길죽하다’는 것이지요.

우동을 떠올려 보시면 한 가닥이 웬만한 젓가락보다 좀 굵습니다. 그래서 가락국수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풀이가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동 이야기가 나오니까 이어서 ‘라면’ 이야기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라면이라는 말도 우리말이 아니니까 다듬어 볼 수 있을 거라고 하고 아이들에게 우동 면발이 굵은 특징을 붙들어서 가락국수라는 말을 만든 것처럼 라면도 새로운 말로 만들어 보자고 했지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다들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라면의 면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김새’를 나타내는 말을 떠올려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꼬불꼬불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국수의 면은 곧게 생겼는데 라면의 면발은 ‘꼬불꼬불’한 것이 다른 점이지요. 이런 특징을 담으면 어떤 말이 될까요? 아이들의 입에서 바로 ‘꼬불국수’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굳지 않은 맑고 깨끗한 머리에서 나오는 이런 말들이 쉬운 말이고 좋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히게 해주면 절로 이런 좋은 말들이 많이 만들어질뿐만 아니라 남다르게 생각하는 힘도 세질 거라 믿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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