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3)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3)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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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가야제국 맹주 아라가야의 땅에 문인들 모이다(1)
지난 7월 22일 함안 가야읍에서 경남문인협회 2023 문학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문학세미나, 함안지역 역사기행 순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축제에서 이 고장 출신 문인들 곧 문덕수, 이수익 등에 대한 작품론을 기본으로 했는데 이 고장 출신 평론가 조연현에 관한 연구가 빠져 긍부정 간에 허전한 감을 메울 수가 없었다. 이를 제외하고는 축제가 축제답게 아라가야 고도에서 베풀어지는 의미가 잘 배어 있었다. 경남문협 회장 이달균 시인의 고장이라는 점에서 참가 문인들의 남다른 협조도 눈에 띄었고 주제 빌표자인 김종회(문덕수론)와 유성호(이수익론)의 본격연구를 통한 발표내용이 의례연구가 아니라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외의 수확을 가져온 세미나 진행이었다. 다음은 문덕수의 살아온 길에 대한 김종회 교수의 발표문을 그대로 옮길까 한다.

문덕수 교수(홍익대 교육대학원장)는 1928년 함안 법수면에서 출생하고 경남 교원양성소를 거쳐 홍익대 국문과 및 고려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그리고 마산상고 교사와 제주대 교수를 거쳐 홍익대 교수를 역임하는 동안 그 생애의 가장 젊고 풋풋한 시절을 마산에서 보냈으니 그는 누가 뭐래도 마산의 아들이요 또 마산을 대표하는 시인일 수밖에 없다.

그는 1947년 《문예신문》에 시 「성묘」를 발표했고 1955년 《현대문학》에 「침묵」등이 유치환의 추천을 받음으로써 문단에 등단했다. 1963년 이형기, 황금찬, 함동선, 정공채 등과 동인지 《시단》을 결성했고 1965년 월간시지 《시문학》 주간을 맡았다. 이후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예술원 회원으로 있었다.

그의 모든 자료는 만년에 이상옥 교수가 봉직한 창신대학에 기증하여 창신대학 구내에 〈문덕수문학관>이 생겼다. 그러던 것이 이상옥 교수의 정년과 대학 설립자의 이동으로 문학관의 정체성이 모호했으나 대학이 발벗고 나서서 재단을 확충하고 문학관의 사회적 기능을 살리고 역동적인 문학관 쇄신안으로, 퇴임하여 베트남 메콩대에 가 있는 이상옥 명예교수를 불러 관장에 임명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학내에 있는 문학관을 플랫홈으로 지역과 대학이 소통을 해나가는 가운데 문학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낭보다.

문덕수의 이력을 보면 시작이 ‘경남교원양성소’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말하자면 제도권 학교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양성소’ 같은 훈련기관에서 문학의 발걸음을 떼놓기 시작한 점이 놀랍다. 이른바 형설지공 같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인간 승리의 면모를 지닌다는 것이다. 특히 장소 이동과 전후 학습이 그의 이력 속에 잠재력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도 관심의 잣대를 대어볼 수 있겠다.

필자는 문덕수 시인을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서울에서 만난 셈인데 그가 인간적인 매력이 있고 특히 시인과 비평가와 교수와 시잡지 창간자로서 다양한 능력이 종합해내는 어떤 향기 같은 것이 있어서 신진 시인이었던 필자에게는 그를 ‘걸어다니는 축제’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의 목소리는 경상도 발음에 철성이 가미된, 어떤 가능성 또는 자신감의 소리로 들려왔다.

필자가 첫시집 『演技 및 日記』를 발간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월간문학》에 서평을 해주었는데, 특히 실험시(모더니즘) 계열의 시에 시선을 두면서 “난해는 부분적인 뜻 읽기 보다는 시편 전체에서 흐르는 감각과 스타일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때 그는 우리나라 모더니즘에 접근하는 방법론 개발을 서두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덕수 시인은 비평가와 연구가 교수로서 한국시 내질 밝히기에 남다른 실적이 있었으므로 시론에서 잘못 짚거나 해석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가 70대에 든 이후 어느 날이었든지, 어느 장소에서였든지는 분간이 되지 않지만 “나는 여기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 행운이다. 내 시론에 터치에 오류가 있다. 죽지 않고 살아서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의외의 행복이다. 역시 노령은 헛것이 아니라 경험이고 지혜의 곳간이다.”고 지나가는 소리이듯,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것이 참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 이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필자도 “지금 내가 살아서 정리하거나 반듯이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는 것이 아찔하다. 다행이다.”고 문덕수 선배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경남문협의 아라가야 역사의 땅 문학축제는 필자에게는 이런 문덕수 시인과의 영적 만남을 제공해 주었다. 이 자리를 가자고 자기 돈을 넣어 경남문협 3호차를 타게 해준 진주문인협회 김성진 회장에게 감사하고 또 기념식 축사를 하게 해준 경남문협 이달균 회장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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