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목숨과도 바꾸는 자존심
[천왕봉]목숨과도 바꾸는 자존심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7 2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60살을 전후로 은퇴한다. 주류사회에서 밀려나 뒤안길을 걷게 되면서 목소리도 낮아진다. 점차 발언하지 않게 된다. 여의치 못해 60살을 넘어 현역이어도 언제나 아웃사이드로 맴돌거나 무시당해 존재감은 미약하기 마련이다. ‘나 때’에 꼰대라며 멸시하는 듯한 젊은 층의 시각은 은퇴자들의 화려했던 경력마저 도외시하는 듯해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된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인을 무시하거나 학대, 비난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예절의 기본으로 삼아 존중한다. 현역시절의 공로를 칭송하고 따른다. 노인의 경험은 반신반인(半神半人)의 경지로 여겨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이 되기도 한다. 그 경험은 세대간을 잇는 끈이다.

▶에이미라는 미국의 소설가가 최근 존엄사 논쟁에 불을 붙여 시선을 모은다. 무시당하고 병들어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온전할 때 떠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에는 디그니타스라는 조력자살병원이 있다. 몇몇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자살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사람의 자존심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어 목숨과 바꿀 정도로 귀하기 때문이다.

▶여명(餘命)이 짧은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발언은 노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은 처사다. 그런 인식이 젊은 세대의 주된 인식이라면 예사롭지 않은 세대간 갈등이 아닐 수 없다. 사죄하려 온 혁신위원장의 면전에서 사진을 후리친 노인회장의 몸짓은 질책이 아니라 자존심에 대한 처절한 절규다. 살아온 날들을 무시당한 수치심과 다름아니다. 변옥윤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