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엎드려 잠을 자도 깨울 수 없는 우리의 교실
[경일칼럼]엎드려 잠을 자도 깨울 수 없는 우리의 교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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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은 처참하다. 마치 전쟁을 치른 것 같이 전국 곳곳에 남긴 상처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치던 폭포비도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억수같이 비가 쏟아질 때는 꼭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기도 했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 세상에서 자연만큼 정직한 것은 없다. 조그마한 허영이나 과장도 없이 자연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지긋 지긋한 비를 보내고 한숨 돌리나 했더니 열대화가 찾아왔다. 마치 피장봉호(避獐逢虎)같이 말이다. 비보다 더 큰 시련을 감내 해야할 지경이다. 지금 지구촌은 열대화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미국 애리조나에는 선인장도 질식사 하고 알프스는 만년설이 녹아 내린다. 그리스에서는 폭염과 건조한 날씨 등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 5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뜨거운 여름이 일상화 된다는 뜻이다. 올해 7월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되고 있다. 극한 호우에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진 폭염은 숨쉬기 조차 힘들게 하는 지구 전체의 재앙이고 잔인한 여름이다. 유엔은 이러한 지구의 재앙은 시작에 불과하고 그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라고 공식 지목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태양에서 온 에너지를 지구 대기권에 온실처럼 가둬 기온을 끌어올리는 열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오만한 인류의 적은 인간이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않고 사랑으로 베푼다. 그러나 자연을 훼손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 열대화 시대는 우리 인간들이 저질른 업보다. 결코 자연의 복수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매일 폭염과 싸우는 일상은 스트레스와 권태의 연속이다. 이런 와중에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른다. 교육자로서 아프고 슬픈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우리 사회는 왜 싸우려고만 하는 걸까? 교사 학생 학부모는 가장 공생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공생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이익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학부모들은 교사를 불신하고 자식의 말에만 귀 기울이려고 한다. 부모의 과잉 보호는 자식을 망칠 수도 있다. 프로이트는 “현명한 어머니는 필연적으로 실패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제공하는 보호와 안락함이 모험심과 자립심을 방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헬리콥터맘. 잔디깍기맘, 드론맘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 시키게 된 것이다. 부모가 교사를 비방하고 불신하게 되면 자녀의 교육은 실패하게 된다. 왜냐하면 부모가 교사를 불신하는것 만큼 그 자녀도 교사를 불신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식은 또 부모도 불신하게 돼 부모도 섬길줄 모르는 에고이스트가 되기 싶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 흔들어 깨우면 교사에게 반항하고 폭력 신고까지 하고, 주의를 주면 학대 민원을 제기한다. 학생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교사는 대응할 방법도 없고 권위도 실추하게 된다.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만큼 교사의 인권도 존중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권리는 끝없이 주장하면서 의무는 다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생인권조례도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서 이현령 비현령 되기 일쑤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그래도 어쩌겠나. 교사의 사명감으로 우리 제자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줘야 되지 않겠나. 펜타곤이 무너지면 미국이 무너진다고 했듯이 교육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교육은 우리 사회의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고 교육은 희망’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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