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지리산의 생수공장과 지하수면의 하락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지리산의 생수공장과 지하수면의 하락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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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청장님 얼마나 수고 많으십니까. 저는 산청군 시천면 원리 국동에 거주하는 OOO이라고 합니다. 우리 마을 뒷산에 XX음료㈜라는 생수 공장이 있습니다. 이 생수 공장은 기본 취수량이 1일 130t이랍니다. 마을 사람들은 농로 길로 대형트럭이 다니니까 도로파손 및 통행의 불편함 등은 있지만 별생각 없이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본 마을 및 이웃 마을은 올봄 갈수기에 먹을 물조차 어려움이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다가 식수까지 고갈되는 현시점에서 공장을 증설하려고 합니다. 십수 년간 1호 지하수 공에서만 취수하다 보니 취수량이 모자라 지하수 공 2호 3호 뚫고, 심지어 이웃 주민 농장 축사 밑에 지하수공을 마음대로 뚫어놓고 오히려 주민의 축산행위를 막고자 법으로 소송까지 하고, 사태가 불리하니까 소송을 철회하는 등 비양심적인 회사임에 틀림 없습니다.” 2004년 09월 18일 자로 환경부 낙동강 유역환경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등록된 호소문의 일부이다.

유엔 총회는 깨끗한 물과 위생에 대한 접근권을 인간의 권리라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2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열린 제 6차 세계 물포럼(World Water Forum)에서 채택된 마르세이유 각료 선언(Marseilles Ministerial Declaration)은 안전한 식수와 위생이 인간의 권리라는 인식을 높이고 이러한 권리의 의무적 이행을 가속화 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같은 해 6월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열린 제3차 UN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이른바 ‘Rio + 20’에서 물은 에너지, 식량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진 바 있다.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Le Projet Millenium)가 내놓은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 따르면, 전 대륙의 지하수면이 하락하고 있고, 지하수는 전 세계적으로 ‘고갈, 염수화, 오염’이라는 3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여러 지역에서는 지하수면이 연간 1m씩 낮아지고 있는 데다가 대수층은 점점 오염되고 있으며 일부 해안지대에서는 염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의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세계 해안지대의 담수 20%가 염수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산청지역에는 생수 제조업체가 5곳이나 된다. 이미 2018년 8월 30일에 ‘산청군 시천 삼장 샘물 증설 반대대책 위원회’는 면민의 생존권과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소중한 지하수자원을 지키기 위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속에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필요함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연대 행동을 통한 대책강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수 고갈 문제가 지역 생수 제조업체 때문이라는 주장이 군의회에서 제기된 바 있는데, 경남에서 생수 업체에 허용된 일일 취수량의 57% 이상을 산청지역 생수 업체들이 뽑아내 지역 지하수 고갈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리산 생수 생산업체인 ㈜화인바이오는 현재 4개 공에서 1일 1500t 물을 취수하고 있다. 허가받은 3130t 허가물량에서 850t을 추가로 허가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진행된다면 일일 2350t을 취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 취수량을 자랑하는 삼다수가 하루 3700t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만하다.

이미 2004년 10월에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에 낸 국가지하수측정망 자료에 의하면, 충북·전남을 중심으로 한 전국 18곳에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4년 치(2000~2003년) 자료가 축적된 전국 150곳을 대상으로 연도별 평균 최저 수위를 분석한 결과, 1m 이상 낮아진 곳이 12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전남 무안군 무안읍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인근에서 상수원을 개발하면서 수위가 2000년 11.74m에서 지난해에는 -23.76m로 무려 39.5m나 떨어졌다고 한다. 해수면보다 20m 이상 낮아져 짠물 유입에 의한 지하수의 염수화도 우려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 등이 수위 저하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장기적이고도 범국가적 차원의 지하수 관리가 요청된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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