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주호민이 특수교사를 형사고소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의 부재
[경일포럼]주호민이 특수교사를 형사고소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의 부재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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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객원논설위원·변호사·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조상규 변호사


지난주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두 번째 입장문이 공개됐다. 결론적으로 특수교사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며, 모든 특수교사들께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교권침해의 이슈가 한창인 시점에서 터져 나온 ‘아동학대 고소’였기 때문에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에 갑질을 한 것인지 아니면 특수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의 아동학대 행위를 실제로 한 것인지에 대해 세간의 주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특수교사가 “진짜 밉상이네”라고 하거나, “네가 싫어, 정말 싫어, 싫어 죽겠어”라는 말을 했다. 단편적으로 놓고 보면 해당 교사가 무언가 크게 잘못한 사람처럼 비춰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말들이 형사처벌을 해야 할 정도의 아동학대 사안인지 여부 및 특수교사의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밉상이네”, “네가 싫어”라는 부분이 교사가 학생, 그것도 장애학생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며, 이로 인해 해당 학생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을 것으로 납득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뜨끔했다. 8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아들에게 “밉상”, “싫다”라는 표현은 많이 쓰고 있어, 그럼 필자가 지금까지 아들에게 아동학대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고 형사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부모가 된다. 아들을 가진 부모 중에 자신의 아들에게 ‘밉상’ 정도의 단어나 ‘싫다’ 정도의 단어를 쓰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의문이다.

저 정도의 단어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아동학대로 형사처벌한다면 훈육을 할 수 있는 부모도,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도 없을 것이다. 필자도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한 번씩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고, 부모니까 참고 견디는 것이지 만약 타인이라면 이를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주호민씨의 아들이 처한 녹취록의 상황도 본인이 일반 학급에 있는 동안 적절치 않은 행동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지 얌전히 학교를 잘 다닌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이 아니다.

그러면 주호민씨는 왜 녹취를 하게 되었을까? 해당 교사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면 그럴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그러면 해당 교사의 발언을 우연히 청취했다는 뜻인데, 그런 경우에 해당 교사에게 이러한 발언이 학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프니 향후에는 삼가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맞지 무턱대고 형사고소부터 진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맞고 주호민씨 스스로도 이를 반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필자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본 사건은 해당 교사에게 항의해 향후 재발 방지 다짐을 받아 낼 사건이지 고소를 통해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검찰이 해당 고소사실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기소를 했다는 점이다. 코인 투기 사건처럼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이런 사건에는 열심히 인 검찰이 부끄럽기만 하다.

참고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국민의힘 대변인인 유상범 의원이 해당 녹취록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사인간의 법적 분쟁에 대해 국회의원이, 그것도 여당의 대변인이 자신이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해당 자료를 입수해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자료 공개 방식인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주호민씨가 해당 특수교사를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마음에 고소를 진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가 입장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진정 원했던 것은 자신의 아들과 해당 교사가 분리돼 학교에서 함께 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 사법제도에서 형사고소 이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특수교사와 주호민씨의 아들을 분리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는지 우리 사회는 돌이켜 반성해보아야 한다.

필자는 학생인권과 교권침해의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가 바라봐야 할 제도적 개선의 지향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훈육 방식이 고소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절충지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법조인인 필자의 입장에서도 교육의 영역은 형사고소를 통한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결국 이 형사고소 및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교권침해를 논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금쪽같은 자신의 아들이 좋은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는 컴플레인을 해소할 수 있는 제3의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가 부재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금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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