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모닥불 스카우트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경일칼럼]모닥불 스카우트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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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진주시의 유일한 스카우트 지역대인 모닥불 스카우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 1983년 창설된 이래 40년 동안 이어져 온 진주시 스카우트 지역대는 현존하는 전국 6000개의 단위대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학생시절 대원으로 활동했던 스카우트는 1907년 영국 베이든 포우엘 장군이 소년들과 함께 야영을 시작한 것이 기원이 된다. 스카우트는 173개국 5700만명의 대원들이 대자연속에서 함께 생활하며 배우는 세계 최대규모의 야외활동 청소년교육단체이다.

창립 초창기부터 대원으로 활동했던 형님들과 부모님을 따라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모닥불 스카우트의 가족으로 함께 활동하고 추억을 쌓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산과 계곡, 바다를 다니며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다양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도전 정신과 독립심을 기를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되어 정식으로 입단한 후에는 야간 담력훈련, 캠프파이어 제작, 한라산 설산 등정, 지리산 야영 및 취사, 생존기술(수신호, 깃발신호법, 응급구호법), 전통문화(탈·연 만들기), 스포츠활동(윈드서핑, 수영, 롤러스케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자매 클럽이었던 일본 도요하시시 스카우트와 국제교류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한국 2명, 일본 2명 4인 1조로 일본대원의 집에서 민박을 하며 문화 교류를 했던 소중한 경험은 성인이 된 지금 진주 유등축제 외국인 관광객들의 민박 초청으로 이어졌다.

창시자는 스카우팅은 어렵지 않고 즐거운 게임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요소도 있다. 기술을 습득해 과제를 달성할 경우 기능장을 획득해 진급을 한다. 자기육성, 봉사, 야외생활, 환경보건, 취미예술, 전통문화, 자연과학 등 각 분야에 총 95개의 기능장이 있다. 기능장 과정집을 읽으며 무엇에 도전할 지 고민했던 어릴 적 기억도 생생하다. 이처럼 깊은 전통을 가진 세계적인 단체들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다져진 시스템과 문화의 저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진주에서 유일한 지역대인 모닥불 스카우트는 안타깝게도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스카우트의 문화를 즐기고 참여할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다. 지역의 청소년들을 함께 돌보고자 하는 학부모의 참여도 감소하고 있다. 스카우트의 가치를 실현하고 교육할 지도자 또한 충분하지 않다. 그에 비해 입시 전문 사교육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공부는 세계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선하면서도 강력한 의지와 목표가 있을 때, 시간을 초월한 집중과 효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순히 돈과 시간만으로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25회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청소년들도 직접 체감했을 것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것보다 ‘준비’가 우선이며 폭우, 폭염, 태풍의 피해를 줄이려면 당면한 세계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고, 시원한 수상레저 활동을 하고, 무작위 K팝 댄스를 다함께 즐겼던 모든 대원들의 젊음은 더위마저 이겨냈다. 하지만 이 판국에도 지지도에 눈 먼 양당 정치인, 진영에 줄 서 클릭 수와 돈에 영혼을 판 언론의 자극적·부정적인 기사와 동조하는 국민 댓글에 의해 아이들의 즐거움과 추억은 애써 부정당하고 있다. 적어도 대회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실무진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게 응원해야 한다.

대자연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 자녀들의 교외 활동 중 단 한 가지만 고르라면 주저없이 스카우트를 선택할 것이다. 1969년 국회에서 제정된 대한민국의 스카우트육성법에 따라 적어도 교육의 도시 진주에서는 스카우트의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4만 3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잼버리 활동을 이어가며 배움이 있는 추억의 현장을 즐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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