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공익활동을 한다는 것
[여성칼럼]공익활동을 한다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23.08.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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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사무총장
고명정 진주YWCA사무총장



‘공익단체세무조사’ ‘국고보조금 사업 전면 재검토’ ‘시민단체 관리감독 강화’

요사이 공익활동, 시민사회에 관한 헤드라인으로 꼽히는 단골 주제이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헤드라인과 결론의 인과관계 성립을 위한 세부내용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정수급을 막겠다며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시민단체 보조금 5000억원 삭감”이다. 그러나 실상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공익활동에 관한 민간협력 사업들을 축소, 삭감하며 실적만들기 무리수를 두는 사례가 도처에 넘쳐난다.

공익단체를 향한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호도와 자극적인 표현을 향해 묻는다. 공익활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 사안과 영역에 관해 문제의식과 초심을 유지하고 목적과 정체성 위에 시대에 맞는 옷을 입으며 단체를 운영해야하는 일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개인, 소속된 곳의 시민, 한 국가의 국민으로, 더 넓게는 세계 시민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하는 일을 맞기도 한다. 이해를 같이 하는 사안에만 목소리의 결집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더디 가는 것 같아도 사회가 조금씩 진일보해 온 것은 최초의 목소리가 있었고 그 파장이 연대가 되어 변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지금 공익활동은 공공의 책무성 실현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제도 기반 공익서비스와 복지전달체계 외형을 갖추었다고 주민자치역량과 지역현안에 대한 시민참여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즉, 다원화되고 복합적인 현실은 행정시스템의 가동과 더불어 사람냄새 나는 맞춤형 실천과 시민참여가 맞물려야 내실을 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온통 ‘규제’ ‘관리감독’ ‘세무조사’만 난무하다.

공익활동에 대한 인지와 시민참여가 활발해지기까지 단체 설립과 지원체계 구축에 애쓴 세월이 있다. 지방정부, 기업, 또 다른 영역의 시민사회에 건강한 거버넌스를 수없이 제안하고 매칭한 이력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민사회 활성화 표준조례와 지방자치법 쟁점을 검토해 자치분권 시대, 진정한 민관

거버넌스 방향 논의가 활발했다.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에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드나들었다. 문턱이 낮아 자신의 상황을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므로, 여러 복합적인 상황 중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을 안고 온 이들이 적지 않으며 함께 희망을 본 세월이 짧지 않다. 어느 날, 한 사람의 상담으로 시작된 일이, 고민을 함께 나누는 동무를 만나 나의 고민을 넘어 연대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무형의 고민이 체계를 가지게 되면 또 다른 영역과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으며 제도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선한 세력화를 만들어내는 희망을 보기도 하였다. 그 여정에 시민사회와 공익활동단체가 있었고 시대에 맞는 혜안과 결단과 실천으로 오늘의 역사를 써왔다고 자부한다. 그뿐인가? NGO, NPO의 특성상, 운동을 통한 모금과 지원으로 빠듯한 살림살이 챙겨가며 단체를 운영해 온 노력은 말로 다 하기 힘들 정도이다.

흔히 시민운동은 이슈중심의 정책변화 운동과 주창활동을 떠올리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국 첫 단계의 일은, 시민의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이다. 사회문제에 대해 정책적,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은 결국, 다양한 형태의 주민참여가 일어날 수 있는, 자원, 사람, 전문성을 필수요소로 하는 현장과 프로그램이 관건이다. 민간단체가 다양한 형태의 위탁시설 운영을 통해 사회서비스 수행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되묻는다. 공익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풀뿌리단체들은, 지원이 필요한 곳은 긴급지원으로, 교류와 소통이 필요한 곳은 물꼬를 트는 일로, 함께 배우고 알리고 아카이빙 해야 하는 곳에는 플랫폼이 되어 지역사회와 함께한 나이테가 있다.

오랜 세월, 녹록지 않은 사회 환경과 내부 상황을 극복해가며 소임을 이어가고 있는 대부분의 단체에 대한 무리한 규제와 조사를 멈추고 신뢰기반 민관 거버넌스를 다시금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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