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은 어때야 하나’ 치열한 공방
‘도립미술관은 어때야 하나’ 치열한 공방
  • 백지영
  • 승인 2023.08.09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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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경남미술인 간담회’ 개최
각종 협회 구성원·독립 행보 작가 등 참석
경남미술대전 등 대관 문제에 견해차 팽팽
“전시실 대관 등을 통해 더 많은 경남 작가가 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할 수 있게 해주세요.”, “미술관의 책임은 굳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대중의 눈높이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유치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9일 오전 10시 경남도립미술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경남미술인 간담회’는 지역 공립 미술관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도내 미술계 다양한 인사들의 미술관에 대한 가치관이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100분 토론’을 방불케 했다.

이날 간담회는 서예가 출신으로 지난달 7일부터 미술관을 이끄는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장이 취임 직후 도내 미술인과 격의 없는 토론 자리를 주문하면서 마련됐다.

앞서 지난 1일 도내 원로 작가들이 참석하는 소규모 간담회를 먼저 개최한 데 이어 일주일 여 만에 장벽 없는 간담회를 개최한 것. 경남미술협회·경남민족미술인협회·경남전업미술가협회·경남미술청년작가회 등 도내 미술 관련 협회 임원·회원은 물론 독자적으로 활동에 나선 다양한 미술인, 관련 종사자 등이 자리를 찾으면서 50명가량이 자리를 지켰다.

사회를 맡은 김재환 학예팀장은 “이번 같은 대규모 간담회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안다. 소규모 간담회도 7년 전이 마지막”이라며 “미술관에 대해 궁금한 사안 질문은 물론 건의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달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불이 붙은 사안은 경남미협이 전국 공모로 진행하는 ‘경남미술대전’ 등 외부 전시에 대한 대관 문제였다.

도립미술관은 한때 ‘경남미술대전’ 등에 대관을 허용해 왔으나 관련 조례 개정 등 문제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이상헌 경남미협회장은 “과거 ‘경남미술대전’은 학생 출품작이 다수였으나 요즘은 학생이 아닌 일반인과 미술인이 90%를 차지한다”며 “시대에 맞춰서 미술관을 개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내 작가에 대한 미술관 전시 참여 기회 확대를 비롯해 △도내 타 시·군에 도립미술관 별관 개관 △경남미협이 개최 예정인 아트페어 후원 등을 요청했다.

정원조 경남미협 부지회장도 “미술관에 기획 전시나 연구, 아카이빙, 학예 연구 등 고유 업무가 있는 걸 안다”면서도 “지역 작가들이 전시 등을 조명받는 부분에 대한 갈증이 크다. 조례가 문제라면 의회 등을 설득해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전업미술가협회에서 활동 중인 정민영 작가는 “도립미술관이 과연 경남미술인과 도민에게 얼마나 다가서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은 뒤 “조금 더 폭을 넓혀서 분기별이든 작가 연령별이든 좀 더 다양하게 작가들에게 다가오면 좋겠다”고 했다.

간담회에서 여러차례 미협 전시 허용 요청이 이어지자 공개적으로 쓴소리에 나선 참석자도 있었다.

도내에서 설치·조각 작업 등을 하고 있는 최수환 작가는 자신이 어떠한 협회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고 설명하며 “비협회인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고 작심 발언에 나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도전(경남미술대전)의 권위는 도립미술관에 뭔가를 요구할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며 “왜 젊은 작가들이 도전에 참여하지 않겠나. 협회는 전시를 어디서 하는지가 아닌, 질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미술관이 무조건 사람을 많이 모아야 좋다기보다는, 가장 수준 높은 전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경남미술대전 대관 허용을) 미술인으로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원미협 소속 김화문 서예가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 다양한 전시회를 다니는데, 괜찮은 작품은 서울 가서 봐야 해 아쉬울 때가 많다”며 “서울에서만 봐야 하는 희귀작 등 도내에서 접하기 힘든 작품을 유치해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 권산 경남민미협 사무국장은 “많은 미술관이 전시를 히트시킬 수 있는 유명 작가를 섭외하지 못해 안달”이라고 짚은 뒤 “협회를 떠나 도내에 숨어있는 작가들을 봐주길 바란다. 좋은 작업을 하는 진짜 작가를 찾아내 기획·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미술관 아트샵 조성 △전시회 초대장·안내서를 쉽고 명확하게 제작 △전시별 기간을 줄이고 전시 횟수 확대 △다양한 청년 작가에게 전시 기회 부여 △작고 작가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대규모 수장고 구축 등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박금숙 도립미술관장은 “오늘 나온 이야기를 학예사들과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서 좋은 전시를 만들겠다”면서 “머지않아 서울에서 보는 전시를 경남에서도 볼 수 있고, 도내 작가들이 스스로 도립미술관을 찾고 싶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도 입장에서 미술관은 하나의 사업소다. 미술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도와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며 “예술가를 위해 제가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작가들이 더 열심히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10일 오전 창원 의창구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경남미술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백지영기자
10일 오전 창원 의창구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경남미술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백지영기자
10일 오전 창원 의창구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경남미술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백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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