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경남도의원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는 내리쬐는 땡볕과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육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선생님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신규 교사의 비극적 참사는 그동안 수년간 제기되어 온 교권 붕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생각된다.
교육의 본질은 가르침과 배움이다. 즉, 교육은 선생님의 가르침과 학생들의 배움이 마치 데칼코마니 작품처럼 짝을 이루며 만들어가는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은 것이다. 부모로부터 육체적 생명을 받았지만 그 생명에 사람다움의 온기를 불어 넣으며 진정한 사람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오직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르침을 뜻하는 ‘교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기초한 ‘학생인권’은 서로를 존중하며 동반발전을 해 나가야 했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경남교총이 발표한 교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교권은 이미 침해를 넘어 추락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교권 침해는 크게 수업 공간 안에서 학생에 의해 발생한 침해와 수업 공간 밖에서 학부모 등에 의해 발생하는 침해로 크게 구별되었는데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학생에 의한 것으로, 양산의 한 초등학생이 담임 여교사에게 “저는 촉법소년이라 사람을 죽여도 처벌 안 받죠?”라고 물어보며 커터칼을 들고 칼날을 뺐다 넣었다 반복하며 교사를 압박·위협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의 바탕에는 이른바 자기 자식 지상주의라는 비뚤어진 학부모의 자식관은 물론, 학생은 절대 약자이므로 그 어떠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비정상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교권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학부모와 학생이 교권을 무시하며 자기들의 잘못된 인식에 바탕해 적어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원이 그들의 경험과 지혜로 관련 상황을 더욱 현명하게 대처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미 교육 현장 곳곳에서는 여러 형태의 파열음을 내며 교권 침해의 경고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형성된 교육당국의 정책방향과 사회적 분위기는 학생 인권 강화나 학생들의 복지에만 신경을 쓸 뿐, 그것과 오롯이 짝을 이룰 교권에는 무관심을 넘어 방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것도 교권 추락의 한 원인이 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실제로 경남교총에서 도내 유·초·중등 교원 3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관련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3%가 교권이 보호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응답자의 99.3%가 관련 조례 제정에 적극 찬성하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고 하겠다.
이에 필자를 비롯한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 관련 단체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교권 침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더 이상의 교원들이 불합리한 교권 추락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관련 조례 제정을 포함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추락한 교권을 바로 세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은 물론, 올바른 인성을 가진 미래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이 달성되길 희망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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