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MZ세대만 챙기는 희한한 세상
[경일춘추]MZ세대만 챙기는 희한한 세상
  • 경남일보
  • 승인 2023.08.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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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류예리 교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따라 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나도 벌써 40대 후반에 들어섰다. 마트에 가면 점원은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고, 백화점에 가면 나를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젊어 보이려고 용을 써 봐도 사람들은 나의 나이를 정확히 맞춘다.

최근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며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여명 비례 투표’ 발언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럼 새파랗게 어린 MZ 세대가 우리 미래를 결정해야 한단 말인가! 설령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자리였다 하더라도 왜 굳이 세대를 갈라 치는 저런 말을 했을까 싶다. 참고로 MZ세대는 1981-1996년생인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7-2012년생인 Z세대를 MZ로 묶어 부르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신조어이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紅衛兵)은 무소불위였다. 문화대혁명은 1966년에 시작돼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장칭 등 4인방이 몰락하는 1976년까지 10년에 걸쳐 전개됐다. 홍위병은 교수, 예술가, 학자 등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을 끌고 나와서 길거리에서 공개처벌을 한다. 심지어 핵미사일을 만드는 로켓 과학자들까지도 반동 지식인으로 몰아서 두들겨 패고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버린다.

장예모(張藝謀) 감독의 영화 ‘인생’을 보면, 이 당시의 광기 어린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주인공 부부가 임신한 딸을 데리고 대학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홍위병들에게 끌려가고 실습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어린 학생들이 의사랍시고 대리를 뛰고 있다. 결국 공산당원인 사위의 힘을 빌려 전문의를 데려왔지만, 그 역시 잔뜩 굶은 상태라 만토우(찜빵)을 급히 먹다가 체해 버린다.

결국 딸은 아이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표를 얻기 위해 MZ 세대를 사로잡는 공약이 줄을 잇는다. 기업도 관광지도 MZ 세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운다. 마치 이 세상에 MZ 세대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떠받들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MZ 세대도 나이가 들어갈 것이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때가 온다는 것이다. 젊은이는 매우 소중하지만, 젊은이에게만 나라를 맡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와 나이 드신 분들의 지혜로운 경험 그리고 전문가의 지식이 반영된 융합정책으로 우리의 미래는 결정돼야한다. 세대 간의 화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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