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지맥을 가다 [6]창선 대방산(6코스)
보물섬, 남해지맥을 가다 [6]창선 대방산(6코스)
  • 최창민
  • 승인 2023.08.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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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면 지족삼거리→옥천추모공원→대방산→국사봉→산두곡재→속금산→율도고개→대사산→금오산성→연태산→단항주차장
 
대방산 오르는 길,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도 숲으로 들어가면 한결 청결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남해지맥 본섬 1∼5코스 취재를 끝낸 취재팀은 마지막 코스 ‘창선지맥’으로 눈을 돌렸다. 창선도는 전국 섬 규모 중 11번째 큰 섬으로 면적이 54㎢에 달한다. 32개 자연 마을에 5381명(2023년 7월 현재)이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조선 광해군 13년(1621)진주목 창선리 소속이었다가 순종 즉위년(1906), 남해군에 편입됐다.

남해지도를 자세히 보면 남해 본섬 형상이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것 같고 창선도는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듯한 모습이다. 특이한 점은 본섬과 창선의 지도가 크기만 다를 뿐 모양이 거의 똑같다.

창선지맥은 남해지맥이 미조면 빗바위로 가기 전, 앵강고개를 지나 금왕사(錦王寺) 뒷산 582m봉에서 분기해 창선도로 향한다.

지족은 과거 ‘샘물이 좋다’는 뜻의 ‘세민날’로 불렸다. 세민날에 내려선 지맥은 대방산을 세우고 국사봉 대사산, 단항까지 동서로 섬의 등줄기를 가로지른다.

이 구간에서 국태민안을 빌었던 국사봉(國祠峰)사당과 왜의 침략을 사전에 알렸던 봉수대를 만날 수 있다.

취재팀은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로 인해 지족에서 출발해 대방산, 국사봉, 운대암을 탐방했다. 속금산, 율도고개 구간은 몇년 전 경남일보 기획취재 ‘명산플러스’ 산행 때의 기억으로 기술하는 것으로 ‘보물섬, 남해지맥을 가다’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창선면 지족에서 대방산 오르는 길 주위에는 남해인들의 삶의 터전, 초록의 논과 붉은 황토밭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언저리에는 엄나무 두릅나무 등 봄철 돈이 되는 나무들이 즐비하다. 30분쯤 올라 산 중턱에는 그들이 삶을 다하면 쉴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 옥천 추모공원이 있다. 이곳에도 묘지 내 조화사용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얼마 전 김해시에서 제안한 것으로 도내에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소사나무 군락지
멀리 오른쪽 본섬에 남해읍이 보인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면 소나무와 소사나무군락지가 나타난다. 숲은 한결 시원해지고 안락해진다. 소사나무는 둥치의 굵기에 비해 키가 작아 분재로 인기가 있는 나무지만 이곳 소사나무는 여타 나무와 달리 키가 크고 나무 둥치도 굵은 것이 특징이다.

출발 1시간 20분 만에 대방산에 올라선다. 취재팀 모두가 더운 날씨에 컨디션 난조를 보여 녹록지 않은 산행을 감내해야했다. 급격히 고도를 올린 탓인지 무더위 때문인지 머리가 뜨뜻해지고 핑 돈다. 그 와중에 반기는 것은 뜻밖의 흑염소 몇 마리, 고삐가 없는 것으로 미뤄 지역주민들이 방목하는 것으로 보였다. 녀석들은 사람을 보고선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줄행랑을 쳤다.

 
대방산 정상
창선도의 주산 대방산(468m)은 꽃봉오리처럼 생겨 그렇게 부른다. 조선시대 지도에 ‘대방산봉’으로 기록돼 있다.

서쪽은 강진만, 북서쪽에 망운산, 남쪽에 금산과 납산, 동쪽에는 통영 사량도, 북쪽에는 하동 금오산, 사천 와룡산과 각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북쪽 400m지점에 있는 봉수대는 경남기념물 248호, 고려 명종에 설치돼 조선시대까지 사용됐던 것이다. 봉수대가 체계화됐던 조선시대 봉수코스 5개 중 하나로 부산 동래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제2봉수로였다. 남해 금산에서 연기나 불 신호를 받은 뒤 북쪽 사천 각산 봉수대로 연결했다. 밤에는 봉화를, 낮에는 연기를 피워 남해안에서 발생한 왜의 동태를 육지에 전달했다.

 
국사봉 국사당
대방산을 내려와 임도와 만나고 다시 치오르면 국사봉이다. 임도를 따라갈 수 있으나 산길이 따로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 맨발로 산행하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되는데 이곳에서 맨발 산행객을 만났다. 울산에서 왔다는 그들은 맨발산행을 예찬하며 침을 튀겼다.

국사봉에서 사각형의 돌담 형태로 남아 있는 국사봉(國祠峰)사당을 만날 수 있다. 나라와 마을주민들의 안녕을 지켜달라고 빌었던 흔적이다. 바위를 3∼4단, 2m 높이로 쌓은 형상이 시골의 큰 장독대처럼 생겼다.

 
대방산 기슭에 있는 운대암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운대암(雲坮庵)이다. 고려 때 창건한 절, 아침에 기도를 올리면 저녁에 영험을 본다는 팔선지 명당에 위치한 기도도량이다. 산에서 내려와 중턱에 새로 지었다고 전한다. 대한불교조계종 13교구 본사 쌍계사 말사이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 일대에서 국마를 키우면서 마동들이 거처했다는 설이 있다.

운대암 뒤편 얕은 구릉지대에 말목장이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 말목장의 감목관(監牧官·무관)으로 온 사람들의 선정비, 영세불망비가 창선면사무소에 남아 있어 이를 반증한다.

국사봉에서 이어지는 고개는 산두곡재이다. 속금산은 평범한 산세와는 달리 ‘비단을 감아 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을 지었다.

율도고개를 지나 금오산성(金鰲山城·261m, 경남도기념물 제249호)이다. 남해안의 전형적인 석축산성으로 금오산 정상과 골짜기를 둘러쌓아 축조한 포곡식산성이다. 경사가 급해 접근이 쉽지 않다.

성의 둘레는 665m, 2~3m 높이로 연못 터와 건물터가 남아 있고 고려 말 조선 초의 남해안 방어시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학술자료로 평가된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에서도 군마를 방목했다고 한다. 지맥은 연태산, 질마산, 단항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창선도 고사리는 유명하다. 유자, 마늘과 함께 남해 특산물로 해풍을 맞고 자라기 때문에 맛있다고 한다. 500㏊ 면적에 1400농가가 연간 150t을 생산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물량은 전국 생산량의 40%에 해당한다.

최창민·김윤관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남해군 삼동면 지족일대 모습. 중앙의 교량이 창선면을 연결하는 창선대교이다.
고삐도 없는 흑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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