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분서갱유와 홍위병
[천왕봉]분서갱유와 홍위병
  • 이홍구
  • 승인 2023.08.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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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말은 중국 진나라 시황제의 언론 통제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시황제는 유학자들의 정치 비판을 막기위해 경서를 태우는 ‘분서’와 학자들을 생매장하는 ‘갱유’를 저질렀다. 후대에 들어서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를 통상적으로 ‘분서갱유’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대규모 ‘사상 정화운동’을 들 수 있다.

▶문화혁명은 1966년 5월부터 1976년 12월까지 중국 공산당 극좌파에 의해 벌어진 광기의 집단 사회운동이었다. 마오쩌둥에 선동된 10대의 홍위병들은 ‘낡은 사상을 가진 모든 세력을 제거하겠다’며 떼로 몰려다니며 문화재를 부수고 지식인들은 숙청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국 전역을 휩쓴 이 ‘십년 동란’으로 인해 수십만에서 2000만에 이르는 추정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소설가 김훈씨가 언론에 기고한 글 중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를 비판한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 강성 야권 지지층의 공격대상이 됐다. 소위 ‘개딸’이라는 세력은 SNS에 “절필하라” “책을 다 갖다 버리겠다”는 인신공격을 김씨에 퍼부었다. 2001년에는 이문열씨가 반대 진영으로부터 ‘문화권력’으로 지목되어 그의 책이 광장에서 불태워지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설령 잘못된 의견이라 하더라도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과 진리를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인류에게도 강도질을 하는 것과 같은 악행”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에 지금 분서갱유와 홍위병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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