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주민자치회의 바람직한 제도화
[경일시론]주민자치회의 바람직한 제도화
  • 경남일보
  • 승인 2023.08.1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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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하민지 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지난 5월 말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7차 개정안이 각 지자체에 전달됐다. 행정안전부는 올 2월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 의견조회 후 5월 초 지방자치 국정과제 설명회를 통해 주민자치회 시범시행 개선방향을 안내했다. 위원자격 및 선정방식의 변경, 법인 및 단체 지원 근거 삭제, 정보공개의 내실화 등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며, 이를 두고 지역마다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관한 일종의 지침서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은 2013년 최초 조례 제정 이후 2014년부터 이루어져왔다. 주로 위원 자격 및 선정, 행·재정적 지원, 주민총회 운영, 기능 및 권한 등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는 지방자치법이 아닌 기존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돼 있었고, 현재는 이번에 제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됐다(제40조 주민자치회의 설치). 표준조례 개정안은 총 5장 25조로 구성되었다. 그 중 9개 조항을 개정했으며, 주민자치회 위원 정수의 현실화(안 제6조), 위원 자격의 명확화(안 제7조), 위원 선정방법의 다양화 및 위원 교육의 자율화(안 제9조), 간사 또는 사무국 근거 삭제(안 제12조), 주민총회 및 자치계획의 자율화(안 제14조), 법인 또는 단체 등 지원근거 삭제(안 제21조), 운영 투명성 강화(안 제22조, 23조, 25조) 등이 그 내용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사안은 위원 선정 방법 다양화, 간사 또는 사무국 근거 삭제, 법인 또는 단체 등 지원 근거 삭제이다. 행안부는 기존 위원 선출을 위한 공개추첨 방식이 적극적인 참여의사가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제약한다고 보았다. 이에 위원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추첨 또는 선출하도록 하고 이·통장 등을 당연직 위원으로 위촉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위원 선정과정에 행정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면서 주민자치회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행안부는 주민자치회의 부적절한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간사, 사무국의 설치 근거와 법인, 단체 등 지원 근거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서도 운영 지원 근거 삭제로 인해 적극적인 주민자치 활동을 위한 동력은 저하되고 주민자치회가 결국 행정보조기구로의 역할에 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은 지침서에 해당하므로 참고사항 일 뿐 그대로 수용할 의무는 없다고 해도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그대로 수용할 수도,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부담이 크다. 중앙의 개정 취지와 주민자치회, 지방의회, 지역주민들의 의견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활동 자체만으로도 갖게 되는 규범적 정당성을 강조하게 되지만 그와 함께 운영 제도, 활동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에 상호간 강화가 가능하다. 표준조례 개정안을 참고하되 개정안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고, 추구가치와 목표를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 즉 주민자치회 제도를 구성, 선정, 운영, 활동 측면으로 본다면 구성에 있어서는 대표성 및 다양성, 역량을, 선정에 있어서는 공정성과 신뢰성을, 운영에 있어서는 효과성과 책임성을, 활동에 있어서는 행정과의 일상적인 협력과정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플랫폼, 공동가치 창출 등의 역할 수행과 같은 목표와 가치를 기준으로 두고 제도화를 고민해야 한다. 각 지역별로도 읍면동별 여건 및 특성을 고려하고 그동안 주민자치회의 활동이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그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향후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서 주민자치회 조례의 개정안을 고민해야 한다. 주민자치, 아직 갈 길이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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