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다솔사를 힐링의 사찰로 가꾸자
[경일시론]다솔사를 힐링의 사찰로 가꾸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8.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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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기대 총장
김남경 객원논설위원·전 경남과기대 총장


얼마전 사천에 있는 천년고찰 다솔사 입구의 울창한 숲이 국토녹화 100대 명품숲으로 지정됐다. 산의 형국이 많은 군사들을 거느린다는 뜻에서 다솔(多率)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4년 503년에 승려 연기(緣起)가 창립했고,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불자들의 성지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탱화속 108개 진신사리가 발견됨으로써 대웅전이 아니고 적멸보궁으로 이름을 바꾸고 와불을 모시고 있으며, 진신사리를 모신 탑은 탑돌이로서 유명하다.

조선 영조대에 만들어진 대양류를 비롯한 극락전, 응진전과 절 뒤편의 차밭은 절의 모습을 돋보이게 한다. 4년 전에 오신 원걸주지 스님께서 절을 새롭게 바꿔 놓으신 것 같다. 녹차밭 산책로와 편백나무 숲을 ‘한용운 길’로 명하고, 길섶에는 털머위를 심고 절 입구의 숲에 물이 흐르도록 계곡을 만들어 다솔사의 솔바람소리와 더불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소나무 길을 통해 걸어 올라오다 보면 오른편에 어금혈 봉표(御禁穴 封表)라고 적혀 있다. 기운이 좋은 다솔사 주위에 개인이 묘를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고종이 직접 하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이유로 봉명산 주위에는 개인 묘가 없고,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세종과 단종의 태실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만해 한용운 항일승려가 기거하면서 3·1운동 공약삼장의 기초를 다진 곳이기도 하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되는 님의 침묵 시는 일제 치하의 울분을 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솔사 안심료(安心寮)는 일제 강점기 때 불교계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민족정신을 일깨운 곳이다. 김동리는 안심료에 기거하면서 김범부, 한용운, 최범술 스님들의 ‘소신공양’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어 등신불 소설을 집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안심료 앞 마당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회갑을 기념하며 심은 황금 측백나무가 100년 세월을 지키며, 대한민국이 독립해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다.

그리고 한국 근대 차문화 시조라고 할 수 있는 효당 최범술선생이 우리나라 근대 차의 꽃을 피운 곳도 다솔사다. 신라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차 문화는 고려시대 때 절정을 이루다가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인해 쇠퇴 하다가 근대에 효당선생이 차 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번져갔다.

다솔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차를 대접하는 주지 스님의 마음과 그 옛날 효당선생의 찻물 끓이는 소리와 솔바람소리가 어우러지는 듯하다. 주말에는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다솔사를 지나 토함산 석굴암을 닮은 보안암 석굴이나 봉명산 정상을 산책하고 있다.

다솔사는 그 흔한 일주문이나 천왕문이 없고, 울창한 숲이 삼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적인 절의 모습이 아닌 시민들이 편하게 언제든지 힐링하는 곳으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솔사 주위에는 물고뱅이마을 둘레길, 김동리 길, 북천의 직하재가 있고, 보물 614호로 지정된 매향(埋香)비가 있다. 내세의 미륵 세상에서 태어나길 염원하면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갯벌에 향나무를 묻는 의식으로, 남을 위한 기복에 더 큰 의미를 둔, 지극히 이타적인 사랑이 담긴 의례를 비문에 새겨 두었다. 곤양면에 가면 교과서에 실린 낙화라는 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쓴 이형기 시인의 생가도 있다. 또한 대하소설 지리산의 저자인 본교 출신 이병주 문학관도 북천에 있다.

사천 8경 중 하나인 다솔사가 시민과 같이하기 위해서는, 템플스테이 등에서 우리 선조들의 3·1독립운동 정신을 가르치고, 차밭길을 거닐며, 선인들의 나라 사랑을 되새겨보도록, 주위의 여러곳과 연관된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 다솔사로 가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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