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기고]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 이은수
  • 승인 2023.08.21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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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득 창원시의회 의원
구점득 창원시의원.


“올여름이 가장 시원하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 이렇게 견디기 힘든 폭염과 열대야가 가장 시원 하다니! 지난달 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고 했다. 이번 여름 끝날 줄 모르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여름을 생각한다면 올해가 어쩌면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는 거다.

올여름은 나에게 있어서도 견디기 힘든 기나긴 나날들이었다. 긴 가뭄에 저수지와 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일부 지역은 식수마저 제한급수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을 즈음 우리나라를 찾아온 장마와 극한 폭우는 산사태와 농경지, 도로를 휩쓸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안겼다. 연이어 찾아온 폭염의 기세도 전국을 뒤덮으면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5월 초순경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내놓은 우리나라 올해 7~8월 날씨 예측에서 해뜨는 날이 고작 5일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진위 논란으로 뜨겁게 논쟁이 되기도 했었다.

정말 올여름은 장마와 극한 폭염 그리고 국지성 폭우로 힘겨웠던 날을 빼고 나면 정상적인 여름 날씨는 채 5일이 되지 않는 듯하다. 기상 이변이다.

그런데 “올여름이 가장 시원하다”는 어느 기사를 보면서 너무도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초 에어컨이 고장 났었다고 한다. AS 접수를 했지만 순서가 오기까지 3일을 기다려야 했고, 방문한 기사는 에어컨 냉매가 새고 있어 새는 곳을 찾으려면 가스를 주입하고, 이틀에 한 번씩 방문해 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상태를 살피고 수리하는데 열흘 정도가 소요되고 비용도 꽤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단다.

극한 폭염에 하루만 에어컨 없이 견디는 것도 힘든데, 열흘 이상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니! 이렇게라도 수리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새것을 구입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기에 하루라도 빨리 이 더위에서 탈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13년 된 에어컨을 바꾸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폭염과 열대야의 절정기에 에어컨 없이 지내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구에게는 당연한 에어컨이 누구에게는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것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에어컨, 선풍기 같은 냉방기가 여름의 필수가전이 되어버렸지만 에너지 빈곤층에서는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이들 기기를 마음 편히, 손쉽게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말 올여름이 가장 시원하다면 앞으로 마주할 여름 날씨는 어느 정도 일지 상상하기도 무섭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 1주일 동안의 폭염으로 약 700명이 사망을 했는데 이때 기온은 41도, 체감온도는 52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올여름 우리나라 최고 기온과 불과 얼마 차이가 나질 않는다. 이때 사망자의 상당수가 혼자 사는 노인, 에어컨 없이 빈곤층이 모여사는 지역의 거주자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선명해진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일은 큰 과제로 철저히 진행을 해야 하지만 당장 우리 이웃의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진다.

행정과 예산부서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내년도 업무계획과 예산 편성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각 부처의 업무계획과 예산에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위한 계획과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자고 제안 드린다.

지금까지 해오던 차원을 넘어선 혁신적인 대책을 말이다.

극단적인 날씨는 이제 우리 인간의 지혜와 노력으로 함께 극복해야 할 커다란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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