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현실은 비관적이지만 다시 만들어야 할 평화
[시민기자]현실은 비관적이지만 다시 만들어야 할 평화
  • 경남일보
  • 승인 2023.08.21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우려…적극적 평화 위해 노력 필요
‘빛이 돌아왔다’는 의미의 광복절 경축사에 빛은 보이지 않았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보편적 가치와 민주주의를 외친 자는 반국가세력이 되었고, 광복을 위해 함께 싸우고 기쁨을 누린 절반의 민족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대응 세력이 되었다. 광복절은 한반도에서 자행되었던 잔혹한 35년의 일제 식민 통치에서 해방되고 조국을 되찾게 된 것을 축하하는 국경일이다.

광복절 경축사라면 일제의 조선 강점과 식민 통치, 그리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께 경의를 표하고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어야 옳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 ‘해방’이라는 단어는 사라졌고 보편적 가치와 이익을 함께 추구하자는 주장만 존재했다. 첨예한 대립과 이분법으로 규정되어 일본 자위대와 함께 힘을 합쳐 북한과 싸워야 한다는 광복절 경축사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난 18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은 정상회의를 통해 연합군사훈련을 최소 연 1회씩 열고 군사훈련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채택된 발표에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뿐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주축이 되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방어망에 한국도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대만 문제에서도 한국군이 군사행동에 참여한다는 여지를 만들었다.

한·미·일 연합훈련 정례화는 과거의 훈련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규모가 달라질 것이며 참여 병력과 전략무기가 달라질 것이다. 일본은 아베 전 총리와 극우 세력이 무력화시킨 평화헌법을 기반으로 방어훈련에서 반격훈련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동맹국인 미국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을 도와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평화헌법 개정으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본군이 또다시 한반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또한 한·미·일 연합훈련 정례화는 북·중·러와의 대결 구도를 가속하며 고착화시킬 것이다. 이는 지정학적 공간의 이점을 살려 추진해 온 북방경제정책과 남방경제정책을 무력화하며,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종식과 함께 사라졌던 이데올로기가 국제질서 주도권 경쟁 양상의 망령이 되어 되살아났다.

지금의 비관적 현실에서 우리는 ‘헬싱키 협정’과 임동원 전 장관의 생각들을 교훈 삼아야 한다. 헬싱키 협정은 ‘유럽 안보 협력 회의(CSCE)’의 성공적 운영 결과로,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의 35개국 나라들이 국경선을 상호 인정하며,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고 경제적·과학적·인류공동체적 영역에서 서로 협력하자는 협정이다. 이 협정의 결과로 전후 유럽 내에서의 냉전 체제를 봉합 내지는 종식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임동원 전 장관은 “평화는 적극적 평화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적극적 평화란 상대방의 적대 의도와 능력의 변화를 유도해서 안보 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전쟁의 구조적 원인 자체를 없애 나가는 평화를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군사력 증강과 안보동맹 유지 등 안보태세를 강화하며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 즉, 소극적 평화를 유지해 왔다. 적극적 평화는 갑자기 실현되지 않으며 많은 도전을 이겨내며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과정으로서의 평화다. 또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분단을 고착시키는 평화 체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분단 현상을 유지하고 고착시키는 평화 체제가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 체제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외교적 현실은 비관적이지만 역사는 퇴행과 전진을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평화가 사라진 절망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웅환 시민기자(통일학 박사)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