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는 말
[경일시론]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는 말
  • 경남일보
  • 승인 2023.08.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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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지난 어느날 오후, 서울에 출장중이던 한 현직 판사가 경찰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는다. 무슨 일을 벌렸는지 강남의 한 고급호텔을 한가롭게 나선지 불과 한 시간만의 일이다. 성매수 혐의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지였다. 청천벽력, 어쩌나. 잠복중이던 경찰이 ‘조건만남’으로 적발된 한 여성의 전화번호 수색으로 직전의 ‘남성’으로 지목된데 따름이다. “무슨 택도 없는 말로 생사람을 잡느냐”로 잡아떼고 싶었겠지만 증거의 명징으로 신분확인과 혐의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당 판사는 성매매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문에 여러번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성범죄 사건의 엄벌을 특별히 적시한 문구가 상당량이다. 법대(法臺)에서 근엄하게 눈 밑의 성매매 피고인을 꾸짖던 판사가 15만원으로 성을 매수한 행위, 무슨 방도로 사법부를 신뢰하나. 회의(懷疑)가 ‘후욱’ 밀려든다.

얼마 전 현역 국회의원이 다른 사건과 연관된 정치적 공방에서 사안의 해석을 돕기 위해, 적지 않은 사람이 사실로 상상하는 내용 적시로 고소당한 사건의 1심 판결이 있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사건이다. 검사가 벌금 500만원을 요구한 약식기소 사건을 법원이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명예훼손’ 이름으로 징역 6월의 실형을 내렸다. 특정 사안에 대해 정치보복 프레임을 제기한 상대진영의 공격을 부인하는 항변에 대한 판결이다. 피고는 ‘스스로의 불찰’로 규정하며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상대에 사과했다. 하지만 그 진정성은 묵살되었다.

사건의 본질과 혐의를 가르는 형량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법리(法理)가 아닌, 개인의 정치적 신념에 따른 편향 판결이란 점이 그렇다. 일란성 쌍둥이가 동일한 법대의 같은 교수로부터 법률을 배워도 판단은 제각각이란 말이 있다. 복잡다기한 사건의 역학을 강조한 의미일 테이다. 그렇지만 이번 판결은 그 정도와 범위가 크게 넘쳐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해당 판사의 확인된 편향 역정(歷程)에서 그렇다. 사법부 입문 이전의 좌경내지는 좌파영역에서의 활동은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사상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 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법복을 입은 이후 법관의 궤적에 대한 평가는 엄연히 달라야 한다. 법관은 국가공무원이기에 정치적 중립을 담보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 대상자다. 이 법 제 65조가 그렇다. 판사가 되면 반드시 엄수해야 할 철칙이 있다. 이른바 판사윤리규정 제 7조의 조문을 통해 정치적중립을 강제한다.

현직 법관이 특정 대통령 후보가 낙선했다고 하여 절망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같은 진영의 서울시장 후보가 떨어졌다고 하여 피와 눈물의 표현으로 울분을 토했다. 지금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전직 대통령과 그 주변의 상징적 인사와 충실한 ‘팔로워’, 추종적 메시지를 주고 받는 관계는 결코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중립의 사명을 짊어진 법관의 온당한 처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입법부인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5선 의원, 대통령 정무수석, 집권당 원내대표와 당대표 직무의 비대위원장을 거친 거물 정치인에게 흠집을 새김으로써 얻어질 알량한 공명(功名), 소영웅주의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정치편향으로 기울어진 판결이라는 결론외에 다른 까닭을 찾기 힘들다. 이런 납득키 어려운 선고는 당해 진영의 자연스런 결집을 부른다. 이념 경계선을 더 고착화 시킨다는 말이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 권력 3부로써의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에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인식돼 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위엄과 권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판결문에는 자유민주주의 이데올로기보다 더 절실히 담아야 할 이념은 없다. 마땅히 좌우 정치편향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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