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리노(Reno)에서
[경일춘추]리노(Reno)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23.08.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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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제자가 미국 네바다주 리노(Reno)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했다. 제자는 더 이상 어린 대학생의 모습이 아닌 미국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기후환경, 공급망 등 중요한 아젠다를 기획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공부는 이처럼 한 사람의 운명을 멋지게 바꾸는 힘이 있나 보다.

리노는 라스베이거스까지 8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고, 카지노를 문화처럼 즐기며, 이혼과 결혼이 매우 자유로운 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북미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리노에만 리튬(lithium)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리튬은 2차전지 양극재 제조의 필수 소재로서 전기차의 확산으로 그 중요성이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가 리노에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두고 있다. 기가(giga)는 10억을 뜻하는 말로 건물의 바닥 면적만 18만 ㎡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공장이라고 한다.

내일 일정은 바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인데, “아아, 그래서 제자가 꼭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고 했구나!

우리나라는 리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된 리튬 공급망은 언제라도 중국과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리튬 조달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 원자재 환경기준 강화로 중국산 원자재를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한국 배터리가 국제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하루빨리 리노와 업무협약을 맺어 배터리 소재인 리튬의 공급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계 차원에서 리노 학자들과 리튬을 포함한 주요 전략자원 공급망 구축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 네바다주립대학교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리노시 정부와 우리 정부 간에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지원이 필요하다. 마침 리노시 정부는 한국의 기업을 유치하고 싶어한다. 한미 양국 관계의 좋은 분위기를 타고, 우리나라는 미국의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미국의 다양한 보조금 혜택을 누려 한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온 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 낮과 밤이 바뀌어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오지만 그래도 내일의 일정이 설렌다. 그러나 다른 건 다 참겠는데, 한국 음식이 그리워 어제는 라면을, 오늘은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매일 한 끼라도 한식을 먹어야 하는 나는 천상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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