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수승산부자마을
[기고]지수승산부자마을
  • 경남일보
  • 승인 2023.08.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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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츠요시(大塚剛) 주부산일본국총영사
 
오스카 츠요시(大塚剛) 주부산일본국총영사

지난 6월 경남 진주를 방문했을 때 진주시청 관계자로부터 승산마을을 방문해 보면 어떻겠냐는 추천을 받았다 삼성 금성사(LG 전신), GS 등 한국 굴지의 재벌 수장을 배출한 곳으로 승산마을은 K-기업가정신의 발상지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해 주었다.

처음안내를 받은 곳은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였다. 센터는 옛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이순신 장군과 신사임당 동상 , 국기게양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부자소나무라 불리는 나무였다. 이 소나무는 LG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삼성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한 그루씩 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걸출한 기업인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기업을 대거 배출한 지방도시로는 미국 시애틀을 들 수 있다. 시애틀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아마존의 발상지다. 최대 항공업체인 보잉사에 모인 막대한 자금은 이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벤처기업의 기초 자금이 되었다. PC 운영체제시스템(OS), 커피와 에스프레소 드링크를 판매하는 카페, 창고형 대형 할인 마트, 온라인 통신판매 등 그 당시로서는 하나같이 매우 특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들이 시애틀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사업을 펼쳐 나갔다. 시애틀에는 풍부한 기업자금과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을 이어주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었다.

승산마을에도 자금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었던 사실을 K-기업가정신센터에서 알게 되었다. 승산마을은 조선 초기인 약 600년 전부터 김해 허씨의 집성촌이었다.

그리고 약 300년 전에 능성 구씨가 허씨 집안의 사위가 되면서 옮겨와 살게 됐다. 두 가문은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끈끈한 유대관계로 부자마을을 만들었다.

허씨와 구씨가 터를 잡고 살아온 승산마을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진주는 몰라도 승산은 안다’고 할 정도로 부자동네로 유명했다고 한다.

승산마을에서는 풍부한 자금과 혈연관계를 통해 순환이 이루어졌다. 허만정 회장과 구인회 회장은 이런 자금을 활용해 LG그룹과 GS그룹의 기반을 다졌고 친인척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K-기업가정신센터를 견학한 후 승산마을에 있는 그들의 생가를 둘러보았다. 마을입구에는 과수원이 있는데 옛날부터 누구든지 과일을 따 먹을 수 있도록 개방돼 있고 집안의 우물 또한 마을 사람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대문 바로 옆에 마련돼 있었다.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삼았던 마을이지만 부자들은 이웃을 위해서는 늘 아낌없이 돈을 썼다. 필자는 시애틀에서도 기업가들이 공공을 위해 자금을 투자하던 모습을 봐 왔다. 성공한 기업인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의 스폰서가 되고 도시 활성화를 자신들의 자랑으로 삼았다. 글로벌기업이 뒷받침하고 있었기에 도시는 자유롭고 활기가 넘쳤고 그곳에서 새로운 기업과 자유로운 문화가 성장하고 있었다.

승산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 사이에는 효주원(曉州苑)이 있다. 마을사람 모두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허만정 회장 부인의 유언에 따라 조성됐다고 한다. 이 공원을 방문해 보면 K-기업가정신의 본질이 이웃에 대한 베풂, 공공에 대한 봉사 지역활성화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올해 11월에 진주에서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된다고 한다. 진주시는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란 ‘창의적인 문화활동과 혁신적인 산업활동의 연계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를 뜻한다.

전통공예품 승산부자마을은 진주가 자랑할 만한 보물이다. K-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기회에 창의적인 문화활동과 혁신적인 산업활동의 연계로 진주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크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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