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경남 진주를 방문했을 때 진주시청 관계자로부터 승산마을을 방문해 보면 어떻겠냐는 추천을 받았다 삼성 금성사(LG 전신), GS 등 한국 굴지의 재벌 수장을 배출한 곳으로 승산마을은 K-기업가정신의 발상지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해 주었다.
처음안내를 받은 곳은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였다. 센터는 옛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이순신 장군과 신사임당 동상 , 국기게양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부자소나무라 불리는 나무였다. 이 소나무는 LG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삼성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한 그루씩 심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걸출한 기업인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기업을 대거 배출한 지방도시로는 미국 시애틀을 들 수 있다. 시애틀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아마존의 발상지다. 최대 항공업체인 보잉사에 모인 막대한 자금은 이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벤처기업의 기초 자금이 되었다. PC 운영체제시스템(OS), 커피와 에스프레소 드링크를 판매하는 카페, 창고형 대형 할인 마트, 온라인 통신판매 등 그 당시로서는 하나같이 매우 특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들이 시애틀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사업을 펼쳐 나갔다. 시애틀에는 풍부한 기업자금과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을 이어주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었다.
승산마을에도 자금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었던 사실을 K-기업가정신센터에서 알게 되었다. 승산마을은 조선 초기인 약 600년 전부터 김해 허씨의 집성촌이었다.
그리고 약 300년 전에 능성 구씨가 허씨 집안의 사위가 되면서 옮겨와 살게 됐다. 두 가문은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며 끈끈한 유대관계로 부자마을을 만들었다.
승산마을에서는 풍부한 자금과 혈연관계를 통해 순환이 이루어졌다. 허만정 회장과 구인회 회장은 이런 자금을 활용해 LG그룹과 GS그룹의 기반을 다졌고 친인척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K-기업가정신센터를 견학한 후 승산마을에 있는 그들의 생가를 둘러보았다. 마을입구에는 과수원이 있는데 옛날부터 누구든지 과일을 따 먹을 수 있도록 개방돼 있고 집안의 우물 또한 마을 사람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대문 바로 옆에 마련돼 있었다.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삼았던 마을이지만 부자들은 이웃을 위해서는 늘 아낌없이 돈을 썼다. 필자는 시애틀에서도 기업가들이 공공을 위해 자금을 투자하던 모습을 봐 왔다. 성공한 기업인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의 스폰서가 되고 도시 활성화를 자신들의 자랑으로 삼았다. 글로벌기업이 뒷받침하고 있었기에 도시는 자유롭고 활기가 넘쳤고 그곳에서 새로운 기업과 자유로운 문화가 성장하고 있었다.
승산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 사이에는 효주원(曉州苑)이 있다. 마을사람 모두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허만정 회장 부인의 유언에 따라 조성됐다고 한다. 이 공원을 방문해 보면 K-기업가정신의 본질이 이웃에 대한 베풂, 공공에 대한 봉사 지역활성화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올해 11월에 진주에서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된다고 한다. 진주시는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란 ‘창의적인 문화활동과 혁신적인 산업활동의 연계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를 뜻한다.
전통공예품 승산부자마을은 진주가 자랑할 만한 보물이다. K-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기회에 창의적인 문화활동과 혁신적인 산업활동의 연계로 진주시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크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