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오죽하면 나라를 떠나려고 할까?
[경일시론]오죽하면 나라를 떠나려고 할까?
  • 경남일보
  • 승인 2023.08.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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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2022년 끝자락 본보 칼럼에서 ‘2023년에는 대한민국이 누구를 위한 세상’이 될 것인가 하고 질문을 던졌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안보·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기득권층만을 위한 2023년’이 될 것 같다고 예견했다.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서민들을 위한 세상은 결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도 했다. 그렇지만 ‘2023년 삶이 2022년 보다는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하는 실낱 같지만 희망과 기대감으로 2023년을 맞이하자고도 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떠한 나라에 살고 있는가’하고 질문을 던졌다. 2022년 끝자락에 예견했던 우려와 기우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한 조사에서 국민의 57.9%가 ‘요즘 같아서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여전히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탓이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그릇된 의식이 만연한 사회, 목소리 큰 사람이, 힘 센 사람이, 거짓이 정의가 된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국제정세를 보면 안보 불안이 더 심해졌다. 한미일 동맹은 강화됐다고 하지만 안보 위협은 일촉즉발이다. 북한은 미사일과 핵 도발에 이어 위성까지 쏘아대며 위협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과 공세는 작년 보다 더 높아졌고, 위협이 노골적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니 죽고 내 살자’는 식의 진흙탕 개싸움이다. 대통령 안중에는 야당도, 민심도 없다. 내 갈 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여당은 대통령 눈 맞추기에만 급급하고, 내각은 무능·무기력하다. 야당 또한 민생과 국익은 뒷전인 채 계파 싸움에만 골몰하고, 현 정권의 국정에 대한 대안을 내기 보다는 먼저 반대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지금 정치권에는 타협도, 소통도, 협의도 없다. 오로지 대립과 갈등, 반대만 있는 무정치 상태다.

경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어렵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로 가계는 최악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대기업도 영업 부진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무역적자 계속되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역대 최저다. 1.2%~1.3%까지 떨어질 것이 전망된다. 내년에도 1.9%~2.0%에 그칠 수도 있다고 한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경제 지표들을 보면 허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경제는 지금이 해방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자. 지금 보다 사회적 불안이 더 컸던 때가 없었다. 불안을 넘어 공포다. 묻지마 살인·폭행·납치가 예사로 발생한다. 바깥 출입하기가 무섭다. 오송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이다. 마약이 만연하고, 사기가 판을 친다. 범죄가 판을 친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폭우와 폭염, 혹한 등 자연재해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하루도 안전한 때가 없고,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면 ‘2023년 삶이 2022년 보다는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하는 실낱 같은 희망 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정치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친한 친구들이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했다. 대통령의 친한 친구라면 기득권층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한 사실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그 어느 때 보다 지금 대한민국에 대한 실망, 불안, 공포, 분노, 허탈감이 크다. 기득권층이 이럴진대 하물며 서민층이야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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