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모두가 괜찮은 세상, 우리 힘으로 만들어내자
[여성칼럼]모두가 괜찮은 세상, 우리 힘으로 만들어내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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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폭염에 이어 한반도에 닥친 여러 가지 일로 분노의 8월이 저물어간다. 광복절날 대통령의 입에서 일본에 대해 과거 식민지배로 인한 억압과 착취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한마디 없이,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 말했다. 기어코 일본 정부는 바다에 핵오염수를 내보냈다. 그 과정에 한국 정부는 과학적으로 판단했으니 과도한 걱정을 말라고 한다. 누구나 걱정하는 염려를, 반드시 피해가 드러날 일을 ‘과도한 걱정’이라 명명하며 힘으로 누르고 있다.

대낮에 출근하던 교사가 강간과 폭행으로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혼자라도, 숲길에도, 출근길에도, 집 안에서, 집 앞에서, 그 어디에서도 괜찮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시민의 안전보다도 또 우연히 일어난 강력사건이라며 젠더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구조적인 폭력에 “여성지우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성안심 귀갓길 사업’을 ‘국민 안심 골목길’로 만드는 것이 평등하다고 믿는 기계적 평등론자들이 지금 정부의 중심인 결과이다. 묻지마 칼부림, 살인예고를 하는 일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것 또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의 개인 탓이라 열심히 미루고 있다. 국가는 지금 당면한 문제에 대한 깊은 고찰도, 먼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계획도 없다. 모든 문제가 개인 탓이다.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입을 닫아버리는 것처럼, 민주주의 절차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 현실이 반복될 때 사람들은 무기력해진다. 일찍이 여러 학자들은 사회의 무기력과 순응주의가 권위주의 지배를 공고히 영속시키는 사회적 토양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의 논쟁, 토론, 협상과 타협이라는 정치적인 과정은 사라지고, 이념도 정책도 없이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정치만을 행하고 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정부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각종 압수수색은 자신의 권력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을 위축시켜 입을 다물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른바 ‘창원간첩단’으로 불리는 사건만 봐도 이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국가보안법이라는 악법을 이용해 하루 아침에 ‘간첩단’으로 몰아 합법적으로 포장해 공안 탄압하고 있다. 어쩌면 정부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질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보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세상으로 만들어가며 차별과 부당함에 눈감고, 노련하게 살아남은 이들만이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차별받는다. 그렇게 서서히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형식적으로 민주적인 사회에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억과 감각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핵오염수를 방출하는데 동조하는 정부, 그것을 막기 위해 별다른 노력 없는 국회가 기가 차서 할 말이 없을지라도 목소리 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을 살려야 한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순응한다고 믿는다. 분노를 타인에게, 약자에게 표출할 것이 아니라 연대하여 거대한 권력에게 표출해야 한다. 모두가 괜찮은 세상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선거이다. 우리에게 그나마 평등하게 주어진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제대로 투표해 국민을 위하고 대변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다. 뉴스를 보기 싫더라도 마주하며 내년 총선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이들에게 힘을 모아주자. 모두가 괜찮은 세상,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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