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인권(人權)과 견권(犬權)
[경일춘추]인권(人權)과 견권(犬權)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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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참진주요양원 부원장
김상진 참진주요양원 부원장


미국에 사는 조카가 반려견을 데리고 휴가를 왔다. 반려견과 함께 오는 과정은 힘들었다. 3개월 전부터 광견병, 진드기 예방접종 등 건강진단서와 검역서류를 만드는데 800달러(약 100만 원)가 들었다고 했다. 기내에서 배설하면 벌금 300달러(약 40만 원)를 낸다는 각서에 사인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서비스 견으로 신고해 항공료는 들지 않았단다. 서비스 견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처럼 주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개를 말한다. 조카는 개와 떨어지면 분리불안을 느끼므로 ‘애착견’이라고 신고했단다. 조카 반려견은 배설용 깔개에만 배설하도록 훈련한 덕분에 비행기 탑승 15시간 동안 배설을 하지 않았다.

조카 반려견은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Cavalier King Charles Spaniel)’. 16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가 좋아해 왕명이 붙은 유일한 견종으로, 배려심이 뛰어난 온화한 성격의 개다. 유럽 귀족들이 무릎 담요처럼 보온용으로 키웠단다. 문명을 등지고 전통 생활방식대로 사는 아미쉬 마을까지 가서 5500달러(약 730만 원)에 구입했단다. 나는 눈치 없이 “그 돈이면 아프리카 아이들 몇 명은 먹여 살릴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할 뻔했다.

조카 반려견을 만난 며칠 뒤, 남강 둔치에서 목격한 일이다. 70대 할머니가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목줄이 풀린 개가 할머니를 쫓아가며 짖었다. 놀란 할머니가 “저리 가”하며 손사래를 쳤다. 개는 더 컹컹 짖었다. 개 주인이 쫓아와서 “왜 우리 아이를 놀라게 하느냐”고 할머니를 나무랐다. 할머니가 “사람을 놀라게 해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냐”고 항의했지만 개 주인은 “아이고, 우리 아기 많이 놀랐지” 하며 개만 안고 사라졌다. 그 할머니는 한참을 바닥에 앉아계셨다. 놀란 데다 분을 삭이지 못하신 듯했다.

반려견 인구가 1500만 명이다. 사람들은 “반려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때가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한다. 서정홍 시인은 ‘마을회관 텔레비전 앞에서’란 시에서 이렇게 한탄한다.

‘개 목욕시키는 걸 보고/하이고 개 발톱 깎아주는 걸 보고/하이고 개 목도리 해 주는 걸 보고/하이고 개 안고 다니는 걸 보고/ 하이고 개 병원 데리고 다니는 걸 보고/하이고 끼니때마다 개밥 주는 걸 보고/하이고 늙은 부모는 요양원에 내팽개치고/하이고 우짜모 좋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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