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기상조건에 영향을 받는 식물병
[농업이야기]기상조건에 영향을 받는 식물병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0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완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영하의 추운 겨울보다 환절기 때 걸린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지난 5월 일부 지역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고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 환자들의 기침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특히 독감은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는데 특이적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진 유행이 상당히 길었다. 개인의 유전적인 요인, 건강상태에 더해서 병이 걸리기 쉬운 환경조건이 발병률을 높이고 전염성 병의 확산을 더욱 빠르게 한다.

식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최근 가뭄, 폭우, 저온 등 이상기상으로 농작물이 정상적인 생육을 하지 못해 수량과 품질의 저하뿐만 아니라 심하면 한해 농사를 망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대비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급격한 이상기상의 피해는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어 농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기상조건과 병해충의 관계는 더욱 밀접하다. 식물병은 병원균, 식물체, 환경조건이 최적일 때 그 피해가 최대로 나타나는데 기상의 영향으로 확산과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도열병은 벼에서 가장 문제되는 곰팡이병 중 하나로 전(全) 생육기에 걸쳐 발생한다. 주로 벼의 잎, 이삭, 이삭가지 등에 발생하고 잎에 방추형의 병반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이삭목이나 이삭가지는 옅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말라죽는다. 여름 장마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상저온이 지속되면 병원균이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 되고 식물체가 연약해지면 벼 도열병균의 증식과 감염이 활발해질 수 있다. 잎도열병이 심하면 포기 전체가 붉은 빛을 띠며 잘 자라지 않게 된다. 이삭도열병에 걸린 이삭은 쭉정이가 되어 수량과 품질이 크게 감소한다. 한여름 고추밭에서 마치 포탄을 맞은 듯이 고추가 말라비틀어지는 증상을 보이면 고추 탄저병을 의심해야 된다. 고추 탄저병은 여름 장마철에 병원균이 비바람을 타고 전파되어, 고추에 담황색의 포자덩어리를 형성하거나 고추를 말라비틀어지게 만든다. 탄저병은 고추 이외에 다른 채소 작물이나 과수에도 발병할 수 있다.

이처럼 기상조건은 병해충의 발생뿐만 아니라 확산과 피해를 더욱 심하게 만들어 농민의 땀의 결실을 한순간에 빼앗아 가 버리는 무서운 존재이다. 환경변화에 따른 식물병의 피해는 예측하기도 힘들고 예방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피해를 바라보며 손 놓고 하늘에 맡겨 둘 수만은 없다. 어떻게든 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

벼 도열병은 감수성 품종을 장기간 재배하거나, 질소비료를 과다하게 뿌리고, 약제 방제를 소홀히 하면 확산할 우려가 크다. 적당한 품종선택과 표준시비, 발생초기에 기상환경을 고려하여 방제 시기와 횟수에 맞게 등록된 약제로 방제하여 확산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추 탄저병은 여름철 장마기에 강우와 태풍에 의한 확산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항성 품종을 선택하고 예방 위주의 약제 방제를 해야 한다. 식물병은 작물을 재배한다면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기상조건의 영향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피해도 불가피하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처를 한다면 하늘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관심과 노력으로 식물병의 피해를 극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강동완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