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7]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7]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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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럽다 징그럽다 헝그럽다
지지난 글에서 아이뜰 유치원 아이들이 배우는 ‘싱그러운 여름’을 보고 ‘~그럽다’와 같은 짜임으로 된 말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런 짜임으로 된 말이 몇 가지 더 남아서 오늘도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럽다’와 같은 짜임으로 된 말에 ‘자그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말집 사전에서는 ‘날카로운 소리가 신경을 자극하여 몹시 듣기에 거북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풀이를 보고도 어떤 것을 ‘자그럽다’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시지 싶은데 제가 좋은 보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옆에 있는 동무들 가운데 장난치기 좋아하는 애가 손톱 또는 날카로운 뭔가를 칠판이나 쇠붙이, 유리에 대고 그으면서 듣기 싫은 소리를 만들곤 했는데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으~ 하면서 귀를 막기도 하고 저마다 제 팔을 가지고 팔짱을 끼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소리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꽹가리 소리를 듣고도 자그럽다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 내지르는 목소리를 자그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끼친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자그러운 소리는 될 수 있으면 안 듣고 싶으실 겁니다. ‘~그럽다’와 같은 짜임으로 된 말 가운데 다들 잘 알고 있으면서 자주 쓰는 말인 ‘징그럽다’가 있습니다. 이 말도 말집 사전에서는 ‘보거나 만지기에 소름이 끼칠 만큼 흉하거나 끔찍하다’라는 뜻도 있고, ‘하는 행동이 유들유들하여 역겹다’는 뜻도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습니다. 다만 징그럽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달라서 저처럼 쥐를 징그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지렁이를 징그럽다고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또 ‘헝그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도 처음 듣거나 낯선 분들이 많지 싶은데 요즘 다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많은 분들이 앞으로 좀 쓰게 되었으면 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여유가 생겨 마음이 가볍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나니 오죽이나 마음이 헝그럽겠소”와 같은 보기가 있고 또 이 말은 ‘동작이나 태도가 여유가 있다’는 뜻으로도 쓴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입니다. 다들 바쁘게 사시느라 여유가 없다고들 하시는데 ‘헝그러움’을 자주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헝그럽다’와 소리가 비슷한 ‘흥그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자말 ‘흥’에 ‘그럽다’를 더한 말인데 말집 사전에는 ‘흥이 나서 마음이 들뜬 상태에 있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 두 가지 뜻으로 쓴다고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헝그럽다’를 뜯어보면 ‘헝+그럽다’의 짜임인데 ‘헝’이라는 말이 따로 없는 것을 볼 때 ‘흥그럽다’와 서로 이어지는 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앞으로 좀 더 따져 볼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따지며 살지 않아서 그렇지 이렇게 알고 보면 비슷한 짜임으로 된 말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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