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명 조식의 회남재(回南岾)에 대한 오해
[기고]남명 조식의 회남재(回南岾)에 대한 오해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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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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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걷기 명소로 전국에 알려진 회남재는 조선의 유학자 남명 조식이 지금의 산청 시천면에 머물 때 악양의 빼어난 풍광을 보러 왔다가 이곳에서 발길을 돌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식이 이 회남재에서 악양이 별 볼 게 없어 돌아갔다는 데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있어 찾아보았다. 남명에 대해서는 출처가 미진한 야사가 더러 전해져 왔는데, 대표적인 게 황진이를 굴복시킨 설과 위의 악양을 내려다보며 돌아간 설이다. 옛 글을 읽다 보면 정설도 재미있지만, 야사는 더 재미있다. 정설은 건조하고 냉철하지만 야사는 파격적이고 이야기에 풍부한 감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사의 생명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강하다.

회남재에 대해 전해지는 야사에서는 남명이 말년 은거할 곳을 찾아 하동 악양 일대를 둘러보았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다시 덕산으로 돌아왔다고 해 ‘남명(南冥)이 다시 돌아온(回) 고개(岾)’라는 뜻에서 회남재(回南岾)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해지는 야사에서는 남명이 회남재에 온 때가 불분명하다. 출처를 찾아볼 수 없이 전해진 이야기이지만 이 지역 어르신들을 만나면 조식 선생에 대한 정설처럼 얘기하신다. 그러나 남명이 회남재에서 내려봤다는 악양들은 야사에서 말하듯 처음 와 본 곳이 아니다. 경상대 강정화 교수에 의하면 남명은 합천 삼가에 살다가 1561년에야 덕산으로 갔다고 한다. 또한 회남은 경남지역 강우학자들의 문집에도 1800년대에나 되어서야 나타난다고 한다. 구전(口傳)은 무섭다.

조식이 남긴 지리산 유람기 유두류록(流頭流錄)을 보자. ‘유두류록’은 1558년 음력 4월 10일 뇌룡사를 출발해 14박15일간 지리산 일대를 둘러본 기행문이다. 지금의 악양을 지나 쌍계사에 머문 기록이 있다. 조식의 지리산 일정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동 쌍계사와 불일암 일대 그리고 신응동에서만 머문 날이 일주일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후 조식이 후학들을 데리고 명승지를 찾아 하동에 처음 왔다는 속설은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는 얘기다. 남명의 방문이 사실이라면, ‘길이 멀더라도 평탄한 외곽으로 악양에 들렀다가 지름길인 회남재로 귀가하려다 산이 너무 험해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김병훈 자전거 여행 발행인)’라는 견해도 있다.

회남재에 대한 이러한 오해는 오늘날 남명 조식선생의 발자취가 산청과 합천 진주와 김해 일대에만 머무르는 오류를 낳는다. 유두류록에서 보듯이 조식의 발자취는 하동에도 두루 퍼져있음을 밝히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조선시대 문인들의 이상향이었던 지리산 청학동이 당시엔 불일폭포 주변이었는데 근대에 들어 대중매체에 의해 지금의 청암면 묵계리가 청학동이 되었듯이 옛 일은 고쳐질 수도 있고 잘못 전해질 수도 있다.

유두류록의 기록에서 조식 일행도 이상향인 이곳에서 일주일이나 머물렀으니(경상대 강정화 교수 남명학 교양총서 22)오늘날의 하동도 조식 선생과 결코 무관한 고장이라 할 수 없다. 남명은 지리산을 십여차례나 유람했지만 기록으로 남긴 건 유두류록 밖엔 없다. 그러니 지리산 아래 고장인 하동을 유두류록에서 방문한 기록 외에도 수차례 다녀갔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집 이외에 조선시대 문인들이 돌이나 바위에 글을 새겨 남기는 것을 혐오했던 조식의 평소 생각으로 선생의 발자취가 세세히 남아있지 않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선생은 지리산에만 12회나 올랐다고 한다. 회남재에 대한 지역 어르신들의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 회남재에 대한 공부를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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