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구월
[천왕봉]구월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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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태풍·물폭탄·기록적 폭염·묻지마살인·선생님의 극단선택·새만금잼버리…. 지난여름을 달구었던 낱말들. 그 아슬아슬한 용어들을 쓸어담은 팔월을 보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곳곳에 궁전을 지어올렸다. 과수원 봉지 속에서 열매는 살이 차고, 몰래 영그는 풋밤이 붉다. 맹렬하던 매미 소리는 재 너머 기적소리처럼 멀어진다. 가을비 속에 선선한 구월이 열렸다.

▶그런 구월이지만 ‘핫’할 일은 또 있다. 검찰이 야당 대표를 4일 소환 통보해놨다. 그러나 어제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야당 대표는 그소환에 불응할 것 같다. 야당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정기국회 회기 석달 중 한 달은 빈수레로 굴러갈 것이다. 9월이 끝나기 전에 포토라인에 선 야당대표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태풍만큼, 물폭탄만큼 거센 풍우일 수도 있다.

▶그렇든 말든 월말에는 긴 추석 연휴가 들었다. 사람들은 명절 물가에 또 한번 화들짝 델 것이고 힘든 줄 알면서도 도로는 차량으로 뒤덮일 거다. 장장 엿새간의 긴 연휴 동안 인천공항은 또 얼마나 뜨겁게 붐빌지. 명절에 정치 얘기 입 밖에 내는 사람 없어진 줄 모르고 ‘표독(票毒)’ 오른 선거꾼들은 추석 민심이 어쩌고저쩌고 떠들겠지.

▶이런 게 세상이다. 모든 게 뒤죽박죽인 성싶어도 우주의 질서처럼 다 제자리에서 제 갈 데로 굴러가는 것이다. 구월이 보듬고 온 가을은, 나태주 시인의 노래처럼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이는 남게 되는 계절이다. 돌아온 가을, 지난여름 뙤약볕만큼 열매는 무거워질 것이고, 그걸 걸운 땀방울만큼 사람도 묵직해질 게다. 좋은 계절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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