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소싸움을 국가무형문화재로
[경일포럼]소싸움을 국가무형문화재로
  • 경남일보
  • 승인 2023.08.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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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소싸움은 한민족의 전통문화유산임이 명백하다. 전통사회에서는 축제 성격을 지닌 대동놀이 한마당이자, 세시풍속의 으뜸으로 여겼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사회·문화적 변동에 조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승력 확보를 통해 한국의 농경문화와 가야문화권의 문화적 전통성을 표상하는 놀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언컨대, 소싸움이 가진 전통성과 역사성만으로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할 것이다.

세시풍속으로 전해지던 소싸움이 대회를 표방하는 투우대회로 전승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20세기 초, 진주를 중심으로 대회의 성격을 띤 소싸움이 그 시작이었다. 삼일만세운동으로 일제에 의해 잠시 전승이 중단되었지만, 1930년대까지 소싸움은 대일항쟁이라는 한민족의 정신세계를 내재한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인식화된 것도 사실이다. 소싸움이 현존하는 전통 농경민속문화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싸움은 오랜 전승 과정에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구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투우협회와 전국투우연합회 등 소싸움 관련 단체가 설립된데 이어, 대한민국 지방종합예술제의 효시인 개천예술제 등 지역축제와 결합하면서 관광자원화의 길도 열었다. 현재 전국 10개 시·군과 2개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소싸움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4개의 시·군에서는 소싸움 전용경기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싸움 관련 기술과 민속지식의 전승 등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소싸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미룰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싸움이 가진 한민족의 전통적인 민속문화적 요소를 발굴·복원·계승하는 것은 물론 소싸움 지속적인 전승의 문화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 등의 소싸움이 문화재로 지정된데 비해 대한민국의 소싸움은 전승세대 부족현상과 소싸움을 동물권 침해로 보는 견해 등으로 전승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세대를 초월한 한민족의 전통문화유산인 소싸움은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서고 말 것이다.

소싸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소싸움대회와 싸움소 농가의 자긍심 고취와 전승 지속성 확보, 국민여가 활동의 다양성 기여,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 등 소싸움의 미래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소싸움의 명운이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소싸움을 동물권 침해로 보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소싸움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좀 더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 마권(馬券) 발행처럼 소싸움에 대한 온라인 배팅 허용 문제 역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의의 논란이 소싸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뜻이다.

소싸움의 사행화는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명분만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뿐더러 전통문화유산의 사행성 이용에 찬성표를 던질 국민도 없을 것이다. 소싸움을 비롯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은 ‘이용(利用)을 통한 이해추구’가 아닌 ‘활용(活用)을 통한 국민 향유권 제공’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싸움이 지닌 역사성·학술성·예술성·기술성·대표성과 사회문화적 가치·지속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소싸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전통문화유산인 소싸움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에 대한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소싸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소망하는 마음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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