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환경과 임도(林道)는 상극인가?
[경일포럼]환경과 임도(林道)는 상극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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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최근 창원특례시의 한 임도 절토면의 붕락과 성토 하부의 사태로 도로부까지 흙과 돌이 쓸려 내려가 환경단체와 조경학자의 “임도가 산사태를 불렀다”라는 항의와 여론몰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원인조사를 한 전문가로서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은 밝혀야 할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인터뷰했는데, 필자의 전문적 견해는 앞뒤 자르고 편집해 결국 임도의 문제로 귀결된 것을 볼 때 ‘언론의 공정’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쌀재터널 산사태는 임도가 개설돼 산사태가 난 것이 아니라, 임도가 개설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 당시 집중호우에 지질적 문제 등 산사태가 발생할 내연성이 깊었다는 것이다. 즉, 계곡부 옆 절토면은 경사가 급하지만, 점성토로 강우 시 물을 한껏 머금고 있다가 포화된 상황에서 소규모 붕락이 발생했다. 절토면이 설계 불량으로 붕괴돼 옆도랑으로 원활하게 배수되지 못한 물이 노면으로 흘러 성토면으로 흘렀다면 노면에 누구(淚溝, rill)나 구곡침식(溝谷浸蝕) 형태가 남아 있어야 하며, 이와 같은 증거가 나타났다면 임도 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절토비탈면이 붕락된 지점은 점토가 빗물을 더 이상 머금지 못하고 붕락됐고, 그 토사는 옆도랑을 겨우 메울 정도였으며, 그 밑의 옆도랑이나 노면은 멀쩡했다. 그렇다면 성토면이 일부 붕괴된 것은 왜 그랬을까? 절토면 점성토에 집적된 강우는 지하로 흘러 노면 하부 비탈면의 일부를 붕괴시키면서 그곳이 무너지면서 조성된 그 옆의 성토비탈면이 힘을 잃고 떨어졌다. 이것이 하류로 흘러내리면서 너덜 지역의 옆인 풍화가 심화된 붕적토가 길게 무너진 현상이다. 노면이 멀쩡한데, 이것이 임도의 문제일까. 절토면의 절취경사를 파악했다. 절토면이 배가 부르며 붕락된 토양 높이가 절취된 경사로 파악됐다. 즉, 자연 비탈면이라도 그 지점은 무너져 그와 같은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붕괴된 산지비탈면은 풍화가 심화된 붕적토 지역이고, 그 옆의 너덜은 계곡부에 가깝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는 너덜이 강수의 유출이 빠르고 점토로 이루어진 붕적토는 강우를 머금다가 포화되면서 무너지는 특성의 차이로 인한 결과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라고 해서 모두 임도의 책임인가. 임도가 그곳에 없었다면, 단순히 절토의 붕락과 성토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원인이 임도시공불량인가. 1차적, 단편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임도의 불필요성과 무용론을 주장할 수 있는가. 산사태의 근본 원인이 임도 때문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임도가 산사태의 근본 원인이 아니며, 임도 사업이 불필요하거나 부실 공사의 극치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부실한 임도로 인한 산사태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도 있었다. 또 임도 설계가 잘못돼 붕괴가 발생하는 예도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원인이 임도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인식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일이건 그 근본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임도는 임업경영에 있어서 필수기반 시설이다. 산에 나무를 잘 가꾸었다고 해도 임도가 없다면 그 잘 가꾼 나무를 수확해서 실어 낼 수 없게 된다. 더욱이 기계장비나 운반 장비들이 산에 들어갈 수도 없는 처지라면 임업(林業)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래된 과거처럼 사람이 들어가서 나무를 심고 수확해서 메고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게 한다면 경제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도 없거니와 산은 제대로 가꾸지도 못해 쓸모없는 나무들만 자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산에 불과할 것이고, 임업엔 미래도 없고 국가로 볼 때도 산림 부국은 요원한 일이다. 이미 산림 당국은 오래전부터 임도정책방향을 환경친화형 녹색임도를 건설하는 것으로 모토 삼고 그동안 개설한 임도의 잘못된 점들을 보수하고 개량하는데 최선의 역량을 다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임업경영을 위한 신설도 꾸준히 지속해 왔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임도가 있어 휴양을 위한 산행도 가능하고, 또 산불이 났을 때 신속한 산불진화인원의 산불지 접근과 소방이 가능해졌다.

연구에 의하면 임도를 이용하는 차량의 주간 교통량을 보면, 일상생활에 34%, 농림업에 27%, 휴양목적으로 22%나 이용되고, 통행 자동차의 종류도 승용차가 52%에 육박했다. 이용 시기도 평일(10~13%)보다 주말(20~23%)이 두 배에 달해 국민의 자연치유 및 휴양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고 태풍이나 호우만 지나면 무너진다는 잘못된 생각을 떨쳐버리고, 임도를 어떻게 잘 설계하고, 효율적으로 조성하며 잘 이용, 관리할 것인가에 생각을 두면 좋을까에 관점을 두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여긴다.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설계 및 시공에 충분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임도는 산사태를 일으키는 원흉이니 절대로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은, 길 없는 산, 조선시대로 돌아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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