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의 부채’ 상환을 통해 밝아질 수 있는 우리 사회
[기고] ‘마음의 부채’ 상환을 통해 밝아질 수 있는 우리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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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살다 보니 저에게도 이런 감사한 일이 있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사를 통해 따뜻한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치매가 있는 노모에게 대게를 발라주는 딸의 모습을 보고 한 손님이 음식값을 대신 지불하더라는 이야기이다.

딸은 “치매인 어머니께서 모든 음식을 뱉으시는데 대게는 안 뱉고 잘 드신다”며 “한 달에 한두 번 대게집에서 점심을 사드린다”고 설명하며 그 당시 몇 테이블 떨어진 자리의 남자 손님이 계속해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그런데 해당 남성이 대게값을 대신 지불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해당 남성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남성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너무 났다”며 “그때는 돈이 없어서 이런 대게는 꿈도 못 꿨다. 지금은 차량 정비를 하며 돈을 잘 벌지만 못 사드린다”고 밝히며 식당을 떠났다고 한다.

이 흐뭇한 소식을 접하니 얼마 전 한 중년의 손님이 외출 나온 군인 청년들이 먹은 밥값을 대신 계산한 사연도 생각이 난다.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군인들 밥값을 대신 내주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연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의 부채’가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부채라고 하면 긍정의 느낌은 아니지만 마음의 부채는 반드시 갚아야만 하는 것이거나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잊고 살려고 하면 가능하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위 사연들을 보면 그 부채를 주변 사람과 사회를 통해 조금이라도 갚아나가려는 마음이 발현될 때 가슴 뭉클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다.

일본에서 50여 년간 존경받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만 명이 넘는 의뢰인들을 보며 깨달은 니시나카 쓰토무는 ‘도덕적 과실’이라는 이야기를 그의 저서 ‘운이 좋아지는 삶’에서 언급했다. 인간은 살다 보면 아마도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음식만으로도 자연환경의 희생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차곡차곡 부채로 쌓여간다고 볼 수 있다. 도덕과학에서는 이것을 ‘도덕적 부채’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부채에 대한 인식 없이 살다 보면 감사한 마음보다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고 이것이 쌓이다 보면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개인의 삶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상황이 너무 좋지 못해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 부모님께 그나마 조금이라도 잘 드실 수 있는 대게를 대접하려는 딸의 마음도 이러한 부채를 갚고 싶은 심정일 수 있고 내가 지금은 갚을 능력이 되는데 계시지 않은 어머님 대신 옆 테이블의 노모를 통해 갚는 행동, 내가 지금은 지키지 못하지만 나 대신 열심히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도덕적 부채’의 상환을 우리 사회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개인의 삶도 사회 전체의 모습도 한층 더 밝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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