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마지막 도시어부, 그물을 걷다
진주 마지막 도시어부, 그물을 걷다
  • 최창민
  • 승인 2023.09.0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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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강 어부, 이점태씨…내수면 어업권 신고도 포기
환경오염·외래종 난입으로 민물고기 사라져 생계 위협
진주혁신도시 상류 영천강에서 고깃배로 민물고기를 잡아 어탕집을 운영하던 내수어업인 이점태 씨가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강을 떠난다.

이른바 ‘영천강 마지막 어부’, 이점태(71)씨를 만났다.

그는 진주시 문산읍 월아산로 ○○에서 식당업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식재료는 인근 영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고향풍미 가득한 매운탕과 어탕 등을 메뉴로 내놓는다.

1982년 친구를 따라 이곳에 들렀다가 정착했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어탕 주재료로 쓰고 일부는 주변에 내다 팔았다. 당시에는 민물고기가 많이 잡혀 다른 곳에도 공급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민물고기가 사라져 어탕집 영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물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환경오염이다.

강 인근에서 흘러드는 화학제품 등 사용 후 고농도 배출수가 강을 오염시키기 때문.

“옛날에는 2∼3m 강바닥까지 다 보일 만큼 물이 깨끗했어. 그 맑은 물속에 물고기가 떼지어 돌아 다녔지, 지금은 아니야, 비가 와서 큰 물이 지고도 물이 혼탁해, 그러니 물고기가 살수 있겠어?

그는 고기로 인해 강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물고기가 많았다고 했다. “잉어 붕어 장어 모래무지 꺽지 가물치 등 종류도 다양했다”면서 “그 중 장어와 잉어는 1m짜리가 흔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 뉴트리아와 배스 블루길 등 외래종이 난입했다.

어느 순간 영천강에도 뉴트리아가 창궐하더니 물고기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이들은 치어 성어를 가리지 않고 먹어치워 물고기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다음은 배스, 큰 입을 가진 배스는 중간 이상 민물고기 성어를 흡입하듯이 빨아 당겨 잡아먹는다.

심지어 또 다른 외래종 블루길은 민물고기가 산란한 알을 좋아해 알을 낳기만 하면 다 먹어 치운다

이씨는 “영천강 물고기는 알에서부터 치어 성어까지 뉴트리아 배스 등 외래어종이 싹쓸이 해 토종물고기가 멸종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도 한몫하고 있다.

영천강 주변에는 고추 피망 등 시설하우스 영농인이 많은데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십명이 일과가 끝나면 강으로 몰려 나와 물고기를 잡아간다. 낚시뿐만 아니라 10m 넘게 날아가는 작살총, 심지어 총으로도 잡는다고 했다.

작살총은 주로 교량 위에서 물고기가 노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정조준 해 쏴서 잡는다. 작살에는 줄이 달려 있어 고기를 맞혀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 씨는 반평생 어부인 자신보다 이들이 물고기를 더 잘 잡는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얼마 전 다리 아래에서 플라스틱 양동이에 한가득 물고기를 잡아가는 걸 봤어. 내 눈에는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잡는지도 모르겠어, 하여튼 귀신처럼 잘 잡아”

그러면서 이 씨는 “작살총으로 잡는 것도 봤는데 말이 잘 안 통하니 뭐라고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한 지역주민은 “이들은 뉴트리아까지 잡아 가죽을 벗긴 뒤 요리까지 해 먹는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외래종 물고기와 뉴트리아, 사람들까지 설치는 바람에 영천강은 물고기가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다.

실제 낚시꾼이 사라진 것만 봐도 이러한 현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3∼4년 전만해도 문전성시를 이뤘던 영천강 낚시꾼이 최근에는 주말에 한 두명 정도 밖에 안보일 정도로 줄었다.

이점태 씨는 이제 고기잡는 것을 포기했다. 자신에게만 있는 내수면 어업권 신고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강가에 둔 고깃배는 숲속에 방치돼 있다.

식당은 양식 메기를 들여와 영업하고 있다. 할일이 없어진 그는 강가의 자갈을 구매해 용, 물고기 동물형상 혹은 자갈 탑을 쌓으면서 소일하고 있다. 건강이 안 좋은 것도 이유이지만 영천강에 물고기가 사라진 게 결정적이다.

옛날이 그립다고 했다. “먹을 만큼만 잡아서 식당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잡을 물고기가 없어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영천강 뿐만 아니라 이대로 가다가는 지류 말고도 남강 섬진강 등 큰 강에도 토종물고기가 없는 삭막한 날이 올 것 같다”고 더 큰 걱정을 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진주 혁신도시 상류 영천강의 마지막어부 이점태씨가 토종민물고기가 사라진 영천강을 바라보고 있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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