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자 다시 모험을 시작하자
[경일춘추]자 다시 모험을 시작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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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구 건축사
권명구 건축사

세상의 모든 분야는 입문을 시작으로 수련의 과정과 전문가가 되기 위한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한다. 대략 10여년의 세월이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한 최소의 시간이다.

건축사가 되는 과정 또한 그러한데 KAAB공인 인증된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해야하며, 실무수련 3년 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건축사가 된다. 이렇게 지난한 세월을 지나야만 자신의 이름으로 건축물의 설계가 가능하다. 지금도 수많은 건축학도들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들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건축사는 소설 ‘모비딕’ 의 이스마엘과 흡사하다. 극중 화자로서 사건을 하나하나 서술하며 마지막에는 유일하게 살아남는 인물. 관조하듯이 세상을 바라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100여명의 건축사들은 다양한 견해와 전문성을 갖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도시에 대한 애정, 사회에 대한 애정 등이 아닐까 싶다. 70대 선배부터 20대 후배까지 건축사들은 오늘도 자신의 꿈과 여러가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신을 절차탁마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처음의 열정을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게다가 건축디자인의 개인적 한계에 부딪힐 때는 그냥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하고 길을 종종 잃곤 한다. 그래서 산책을 한다. 오늘 산책을 하다 한적한 주택가에 예닐곱명의 사람들이 줄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빨간 80년대 지어진 아담한 벽돌건물에 작은 하얀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간결한 글씨체로 ‘빵’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실은 현재 진행 중인 건축설계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든 차에 호기심이 일었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바닐라 라떼를 하나 사며 “저기 빵집 유명한 곳인가요?”, “네~ 11시에 문을 여는데, 매일 사람이 저렇게 줄을 서요.” 내부 공간이 궁금해졌다. 사실 빵에 대한 관심보다는 건축적 관심이 항상 앞서는 자신을 발견한다. 빵집은 다소 좁긴 했지만 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와…” 다양한 빵의 형태에 눈을 뗄수가 없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빵을 골랐다.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지는 사장님이 정성스럽게 포장해주는 빵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가게문을 나섰다. 묘한 설레임. 소중한 보석을 발견한 느낌. 중년으로 접어들며 세상의 시스템에서 익숙해져가는 요즈음, 작은 가게에서 빵의 절대미학에 도전하는 한 예술가에게 감명을 받는다. ‘자 다시 모험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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