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행사·재난 전문 직종 양성·보직제도 시급하다
[경일시론]행사·재난 전문 직종 양성·보직제도 시급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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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위원
 
이수기 논설위원


각종 행사실패와 인명피해 재난에 대한 경고는 충분했다. 정성과 대비가 미숙, 굼뜨기만 했다. 잼버리대회, 인명피해 등 극한호우와 행사 진행 실패를 보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많은 인파로 인명피해 사고 우려와 집중호우 예보가 있었지만 매번 대응은 주먹구구식이었다. 행사 대비와 재난관리체계가 사회 변화를 쫓아가지 못해 세월호, 오송 지하차도, 이태원 참사 등을 당했다. 행사, 재난 총괄 부서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권한과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짜지 못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았다.

대형 인명 사고와 국제적 행사 진행에서 실패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고, 행안부, 경찰, 소방 등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뼈 아프다. 참사와 실패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은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잼버리 실패, 세월호, 오송, 이태원 참사 등은 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로 규정된다.

공무원 숫자는 이미 100만 명이 넘는다. 조직은 거대화됐으나 그간 참사 비극에서 보듯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사고가 터지면 서로 내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인명피해와 행사실패 때마다 드러나는 ‘공무원의 무능·무책임, 정부 무용론’과 각 부처, 지자체는 전 정부 탓, 남 탓부터 했다. 대통령은 5년, 단체장은 4년마다 교체된다. 대통령, 단체장이 바뀌어도 공무원들은 같은 자리에서 일한다. 행사실패, 인명피해로 애꿎은 국민이 생명을 잃으면 그때마다 공직자 기강 해이와 정부 책임론이 등장한다. 대통령, 단체장, 공직자 등 책임을 묻는 여론도 그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제도상 허점을 비롯,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함과 미숙한 업무 처리 탓’인 경우가 많다.

6년 전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의 확정에도 준비가 부족해 폭염, 해충, 방역, 식사 부실, 위생시설 열악 등으로 일부 대원들이 조기 철수 등 최악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158개국서 4만300여 명이 참여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두고 그늘이 없는 매립 갯벌에서 부실·파행 운영을 둘러싼 여야,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의 네 탓 공방은 “국격과 긍지를 잃었다”는 볼썽사나운 망신만 당했다. 5인 공동조직위원장 중 세 사람이 현직 장관이지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 꼴’이 되고 말았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감서 “태풍·폭염 등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세월호 300여 명, 오송 지하차도 14명, 이태원 159명 등 생명을 잃은 참사와 잼버리대회 실패 같은 전형적인 인재, 관재가 더이상 나와선 안 될 것이다. 당시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젠 ‘뒷북’ 대응이나 ‘누구 탓’하는 후진국형 악습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지자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강도 대비와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킨 잘못을 반성하는 ‘잼버리판 파행 백서 징비록(懲毖錄)’이 필요하다.

자치분권이 강화되고 중앙 사무가 지방으로 계속 이양되는 시대라 지자체에 더 높은 정책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정책을 기획하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는 공직자의 1~2년마다 순환보직제 문제는 심각하다. 개인적인 현장 경험으로 공무원은 최소 3년을 근무해야 전문성도 발휘하고 정책토론도 가능하며 새로운 정책도 기획할 수 있다. ‘한 우물을 판’ 공무원이 정책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재발을 막으려면 각종 중요 행사와 재난 대책 업무의 명확한 업무분장 부서와 실무 공직자의 전문 직종 양성·보직제도와 함께 승진에 인센티브를 주고,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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