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고장난 농업기계 누가 고쳐주나요?
[농업이야기]고장난 농업기계 누가 고쳐주나요?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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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경남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과 농업기계교육 담당·공학박사

1인당 국민소득, 수출액, 국내총생산 등 경제적 수치뿐만 아니라 문화산업, 특히 국내 독자 개발 1t이상급 인공위성인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상업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은 명백한 선진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농업은 취약한 상태이다. 특히 농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노령화되고 인구도 감소하면서 농촌지역은 지방소멸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경작지 면적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평균 이하 경작지를 보유한 농가가 79.3%에 이른다. 하지만 식량자급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70년부터 농업기계화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벼농사 99%로 대부분 기계를 활용한 농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전국에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약 190만대의 농업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튼튼하고 잘 만들어진 농업기계도 반복적인 농작업과 세월에는 고장이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제는 농업기계 없는 농업은 생각할 수도 없는 실정이 됐다. 자동차와 다르게 농업기계는 영농철에 집중적으로 사용돼 고장이 나면 고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농업기계화촉진법에도 농기계 제조·수입·판매업자가 설치하는 사후관리업소를 대·중·소형으로 구분하고 일정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농업기계 사후 관리업소의 정비인력이 적정 인원보다 23% 부족하다는 농진청 통계(2014년)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정비인력육성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농업기계정비 관련한 전문인력 대부분은 농과계 고등학교(농업기계전공) 졸업생들이었으나 농업계고교 진학 기피현상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국내 농업고등학교 수와 재학생 수는 시대가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한국농업교육협회(KAEA)에 따르면 전국 농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2014년에 71개교에서 69개교로, 농업기계전공 고등학교도 전국에 10여곳 안팎으로 줄어들어, 신규인력 배출이 감소되는것과 결코 무관하지않은 현상이다.

하지만, 농촌지역 지자체의 농기계임대사업 활성화로 지역별 2개이상의 분소 설치와 농가당 농업기계 보류량이 늘어 농업기계정비 인력 수요가 증가해, 일선 농기계사후관리업소인 대리점에서는 구인난으로 기술자 대표 1인이 운영하는 곳을 자주보게 된다. 특히 근무여건이 좋은 지역농협 농기계수리센터 마저도 수리인력을 보유하기가 힘들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기계화영농 촉진을 위해 경남도 농업기술원에서는 2011년부터 농기계정비기능사, 농기계운전기능사 국가기술자격 취득반을 운영해 450여명의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나 농촌진흥기관 특성상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농업기계제조회사가 많은 전라북도는 대학에 2년간 장비 및 사업비를 지원해 농기계운전기능사, 농기계정비기능사, 농업기계산업기사 자격증 취득과정을 운영, 취업난과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 외 농협-한국폴리텍 전북캠퍼스-김제시가 지난해 농업기계 전문기술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구축 협약을 체결했고, 경북도립대학교는 AI농업기기 전공을 신설해 농업기계 산업전반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양성을 시작했다.

타 지역처럼 우리 지역도 경남도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해 교육과 일자리를 동시 제공하고, 농업기계 정비인력을 양성하고 더 나아가 식량안보,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육성 프로그램을 제도화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도내 학교(농업계고등학교, 도립대 등)에서 관심을 갖고 교육 과정 개편 또는 신설해 실질적인 농업기계기술 교육이 되어 농업변화 흐름에 맞춰 농업·농촌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그에 적합한 지원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하면 진정한 선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남은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승윤 경남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과 농업기계교육 담당·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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