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지배와 통제의 시대에서 평등의 시대로
[여성칼럼]지배와 통제의 시대에서 평등의 시대로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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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조선 시대의 일반적 시대정신이 알기 쉽게 ‘선비정신’, ‘현모양처’였다면, 현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시대마다 그 시대 정신에 그 시대 정신에 맞게 살고자 노력했고, 그 시대정신에 맞지 않으면 비난을 하고, 비난을 받았다. 그렇다면 현 시대 정신은 무엇일까?

사회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지만, 그 변화는 기술적인 변화와 실질적으로 일상 생활에 와닿는 편리함이다. 그 외 정신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변화는 그리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정신적인 사회변화는 인권사회로의 변화를 말하지만, ‘인권사회’ 참 어렵다. 현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인 인권사회로의 변화를 좀 쉽게 말하면, ‘지배와 통제의 시대’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무엇이든 변화는 참 어렵다. 특히 지배와 통제의 시대에 익숙한 사람들이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사회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엄청한 고통을 동반한다. ‘변화’ 자체가 힘든데 지배와 통제로 유지되든 사회를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평등하게 보장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우리 사회는 긴 세월을 지배와 통제를 생활화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집안을 지배하고 통제했고, 어른이 아이를 지배하고 통제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배했으며, 회사에서는 사장이 직원들 출퇴근 시간과 월급을 정하고 해고를 하는 등 지배했다. 군대에서는 선임이 후임을, 대장이 졸병을 지배했으며, 학교나 사회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지배하였고,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다스리고, 부모가 아이를,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해 왔다. 사적인 모임이나 공적인 모임에서는 회장과 임원이 회를 지배하고 통제해온 문화였다.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을 긴 세월 고수해왔다.

지배와 통제는 질서가 아니라 폭력이다.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고,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고,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고, 상관이 부하를 지배하고,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것을 사회질서라고 여겨왔다. 그리고 사회가 아주 순탄하게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누가 지배권을 가지고 누가 지배와 통제 테두리에 갇혀야 하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지배와 통제가 ‘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우리 사회는 폭력이 허용되던 사회에서 폭력을 금지하고 인권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즉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모든 조직과 모든 관계에서 노력하고 있다. 여성, 남성, 여학생, 남학생을 한사람 한사람 개인으로 보고 개인의 특성과 상황를 고려하며, 선택에 있어 자율성을 부여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회식을 해도, 모임을 해도, 학교에 행사를 해도 무엇 하나도 구성원의 특성과 자율성을 배제하지 않고 의견을 수렴해 행하고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내몸이어도, 아무리 내 재산이어도, 아무리 내가족이어도 ‘내맘대로’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 것’이라는 단어도 ‘내 맏대로’라는 단어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평등하게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영화같은 상황을 만들고 평등하지 않은 권리를 누리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있지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지배와 통제는 ‘힘, 권력’을 가진 쪽의 폭력이다. 교사가 휘두르는 폭력을 학생이나 학부모가 해서도 안되고, 부모가 휘두르는 폭력을 자녀가 휘둘러서도 안되며, 남성이 휘두르는 폭력을 여성이 휘둘러서도 안된다.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형 지배와 통제를 사라져야 할 문화이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 시대는 지배와 폭력을 버리고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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