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낙남정맥 가화강 훼손지 생태복원 안 되나
[경일시론]낙남정맥 가화강 훼손지 생태복원 안 되나
  • 경남일보
  • 승인 2023.09.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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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중기 논설위원


정부가 백두대간·정맥 인근 개발제한구역을 매입해 훼손된 자연환경 복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4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의기투합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백두대간·정맥 인근 개발제한구역의 환경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체계적인 자연환경복원을 위해서다. ‘국토개발 vs 환경보호’로 늘 대립각을 세우던 양 부처가 힘 모아 백두대간·정맥 생태복원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 전국토의 훼손된 생태계를 30% 이상 복원하는 목표가 담겨있는 등 체계적인 자연환경복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협약에 따라 국토부는 백두대간·정맥 능선으로부터 300m 이내 그린벨트 중 자연생태가 훼손돼 복원이 필요한 사유지를 매수하고, 환경부는 그 지역에 자연환경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대상 면적은 약 242㎢로 여의도 면적의 83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그린벨트 면적(3793㎢)의 6.4%다. 정부는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사업 확대 여부를 판단한다. 시범사업 후보지는 한북정맥 상의 경기도 고양시 일원 그린벨트 약 3만6317㎡다. 이후 낙남정맥이 통과하는 창원시 일원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 도심 인근 낙남정맥의 생태환경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사실 백두대간과 13개 정맥 중 한남정맥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고도(평균 231m)로 이어지는 낙남정맥은 도심에 인접해 있어 어느 지역 보다 훼손지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가화강이고, 낙남정맥 240㎞ 구간 중 도로로 인해 생태계가 단절된 지점이 고속도로 4곳, 일반국도 15곳, 지방도 17곳 등 36곳에 달한다. 임도를 포함하면 138개나 된다. 1.7㎞도 마다 도로가 관통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공장, 공원묘지, 골프장, 농원 조성에 따른 훼손까지 포함하면 더 심각한 수준이다.

가화강은 낙남정맥 산줄기 자체가 통째로 잘려나간 비극의 현장이다. 1920년 대 일제강점기 때 수립된 ‘낙동강 하류 개수계획’ 내용을 기초로 1962~70년 사이에 사천만으로 물길을 돌리는 인공방수로 기능으로 만들어졌다. 정맥 산줄기를 송두리째 파내고 ‘거꾸로 흐르는 강’을 만든 것이다. 일반적인 백두대간·정맥 생태계 단절은 마루금을 지나는 도로개설이 대부분이지만 가화강은 새로운 강을 만들기 위해 산을 파 들어낸 것이다. 완전한 생태계 단절 현장이다. 물로 인해 정맥 자체가 끊긴 곳은 한남정맥 경인운하와 더불어 이 곳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거리낌 없이 벌어진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단절된 낙남정맥 생태를 복원하고 정맥을 이어야 마땅하다. 낙남정맥의 생태적 가치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가 기대어 사는 낙남정맥은 여름철이면 도심으로 찬 공기를 보내는 ‘바람 길’이  심각한 도시의 열기를 식혀주는 기후위기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폭염이나 열대야 같은 도시의 심각한 열 환경 문제를 그나마 치유해 주는 유일한 단비 같은 존재다. 지난 해 열린 유엔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훼손 생태계 복원을 주목한 지점과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도심 인근 그린벨트 내 대간·정맥에 대해서는 생태복원을 추진하지만, 이 보다 훼손이 훨씬 심각한 가화강 생태복원은 계획조차 없다.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단절된 백두대간·정맥 생태복원계획에도 포함되지 못해 가화강 생태복원은 요원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경남도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경남도와 진주시, 사천시가 백두대간의 기가 끊어진 낙남정맥 가화강 생태축을 연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산림청이나 환경부 국토부에다 생태복원 당위성을 제대로 제시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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