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명품의 사회학
[천왕봉]명품의 사회학
  • 경남일보
  • 승인 2023.09.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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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
미국의 사회·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특정 계층의 허영심이나 과시욕으로 인해 상품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요와 가격은 반비례’한다는 고전경제학의 정의를 뒤집는 이런 현상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하며 대표적으로는 명품산업이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 지출액은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세계 1위라고 소개했다. 최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명품 가방 수입액은 최근 4년 사이 200% 넘게 늘어, 지난해의 경우 8000억원에 육박한다. 200만원 초과 시계 수입액도 4년 전보다 83.0% 늘어 9000억원대를 돌파했다.

▶한국의 명품 시장은 세계 7위의 규모라고 한다. 1인당 명품소비는 325달러로, 미국(280달러)·중국(55달러)을 크게 앞선다. 이를두고 외신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 물질지향적 문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욕과 모방심리 등을 거론했다. 최근에는 고상하고 귀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는 ‘조용한 럭셔리’ ‘올드 머니(Old Money) 패션’이라는 또다른 이름의 명품 마케팅이 세를 확산하고 있다.

▶명품소비를 단순히 사치와 허영의 악덕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다만 10대 청소년의 명품 소비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은 우려스럽긴 하다. 명품 브랜드들이 유독 한국 소비자를 ‘호구’ 취급하는 것도 “그래도 팔린다”는 오만한 자신감 때문일지 모른다. 물질적 풍요를 상징하는 명품 시장의 큰 손인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33국 중 32위로 꼴찌수준이라는 것이 부조리하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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