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신미균)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들 머리 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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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은 터지면 죽거나 크게 다치는 공포의 무기이다.
무조건 엎드리거나 피해서 살상 범위를 벗어나야 한다.
가능하면 멀리 도망갈수록 피해 확률이 낮다.
그 폭탄에 지금 심지에 불이 붙어 막 타서 들어 오고 있는데 그것을 처리할 사람이 따로 없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란 건 알지만 내 몫은 아니란 것이다.
당연히 일단 피하고 이 위험이 제거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전장에서 돌격대는 먼저 죽을 확률이 높다.
동정의 눈물은 잠깐이고 그 수고로움은 시간이 금방 잊어준다.
그래서 그 희생양을 구하기에는 설득이 필요하다.
고학력 집단일수록 핑계의 논리는 완벽하다.
저마다 처지와 이유를 둘러대다가 결국 제일 심약한 사람이 맡게 마련인데 벼랑 끝에서도 타협이 안 되어서 터졌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가족사에는 그동안의 이력에 독특한 사연들도 많고.
남이 식구로 영입되어 가족이 된 이들이 있기에 문화와 시각 차이도 크다.
남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이런저런 폭탄은 언제나 지뢰밭으로 주변에 산재해 있다.
그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이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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