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평산책방과 평산책빵
[기고]평산책방과 평산책빵
  • 경남일보
  • 승인 2023.09.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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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우 진주시 상평동
요즘 카페에 가면 빵이며 케이크며 눈이 먼저 반기는 먹거리들을 같이 판다. 언제부턴가 대형서점은 한편에 아예 차를 마시는 카페 공간을 두기도 한다. 책을 사서 바로 자리를 잡고 향긋한 차 한잔과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으니 책카페인 셈이다.

식당에서도 후식을 위한 카페 공간을 만드는 곳도 있고 휴대폰가게나 상점들이 작은 카페와 콜라보네이션 하는 편집샵들도 있다.

그와는 딴판인 책방과 책빵이야기가 며칠 소란하다.

“평산마을과 인근 주민들은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고, 사랑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판매, 마을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여 마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는 곳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에 서점을 내면서 소개한 내용 중 일부분이다. 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출퇴근 하는 평산책방은 어느새 이름난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작은 동네 서점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책방지기 문 전 대통령이 출근하면 추억의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이 인증샷을 찍으러 줄을 선다.

한때 서점은 참고서를 사거나 리더스 다이제스트니, 보물섬 만화잡지니 하는 소소한 읽을거리를 구매하는 실용적인 곳이었다. 요즘은 책을 사는 일이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가 버리다보니 어쩌다 여행지에서 만난 동네서점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깨끗한 새책이 전시품인양 꽂혀 있고, 좁고 아기자기한 서가 사이를 조용조용 대화를 나누며 거닐고, 새책에 흠이라도 날까 조심조심 책장을 넘겨보는 일이 낯선 여행지를 마주하는 풍경 같은 것이다.

관광명소가 된 서점 곁에 책빵이 들어선다고 한다. 작은 가게가 또 하나 생기는 건가 했는데 왠지 지역 주민들이 웅성웅성 한다는 소문이다. 그 빵집에서는 책모양의 빵을 팔 것이며 게다가 가게 이름은 평산책빵이라는 것이다. 평산책방 옆에 평산책빵인데 서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어느 외지인의 개업이라고 한다. 아무 관계 없는 가게지만 판매하는 빵이 책모양이라는 데 상품도 가게 네이밍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동네 주민의 수익이 올라가는 것인지도 의문인 것이 동네 빈집에 외지인이 들어와 책빵 장사를 한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책방을 한다고 해서 재미있는 곳이 생겼다 했는데, 인기가 드높아지니 희한한 일도 생기는구나 싶다. 책방이나 빵집이나 인스타그램에 소문나면 멀어도 찾아가는 관광명소가 된지 오래다.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던 전직 대통령의 의중과 별개로 개업도 안한 책빵의 입소문만 뭉게뭉게 부풀어 오른다. 여기에 평산책방에서는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이 재활원에서 생산하는 양산순쌀빵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해 더욱 복잡한 마음이 든다. 하필 거기서 하필 그 이름으로 하필 그 모양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드물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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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 2023-09-25 16:44:29
책빵 주문하게, 평산책빵 Web 주소나 전번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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