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규제혁신의 열풍
[경일시론]규제혁신의 열풍
  • 경남일보
  • 승인 2023.09.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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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최근 정부는 대통령의 킬러규제 개선 지시 이후 국무조정실 킬러규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15개의 킬러규제를 선정했다. 민·관 합동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3개 분야 관련 부처(산업부·환경부·법무부·노동부)는 산업단지 입주업종, 토지용도, 매매·임대에 관한 규제, 환경규제, 외국인 고용규제 등을 완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킬러규제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를 말한다. 이번 킬러규제 개선 과제는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수출 활동을 끌어내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혁신 추진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규제혁신은 역대 정부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과제이다. 다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해결된 과제들도 있으나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더 많이 남아있는 까닭에 늘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추진노력에 비해 주도권을 갖기 위한 소관 부처간, 이해관계집단간 기싸움과 갈등 등의 영향력이 더 크다 보니 입법 지연의 결과로 인해 결국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규제는 늘 많고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이번 정부의 규제혁신은 강력한 동력과 뒷심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규제는 처음에는 선의로 만들어지지만 시간이 지나 여건과 상황이 변하게 되면서 현실과 점차 동떨어지게 된다. 변화를 쫓지 못한 규제는 다양한 주체의 각종 활동을 제약하고 과도한 부담을 주며 투자를 저해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규제는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그를 개선하거나 폐지하기 위해서는 만들 때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렇다보니 해묵은 규제로 인한 어려움은 해당 규제의 개선이나 폐지보다는 특구 지정, 특정사업 및 지역에 대한 특례 등으로 해결돼 온 경향이 크다. 성급하게 규제를 만들어놓고 특정 사안에만 예외를 주는 일이 더 많아지게 하기 보다는 애초에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기존 규제들에 대한 검토와 함께 새로이 만들어지는 규제들에 대한 검토까지 함께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혁신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지역개발을 더디게 하는 등 불합리한 규제는 일상 영역에도 어려움을 준다. 선의의 규제가 다양한 주체의 활동과 장점을 제약하고 혁신 속도를 늦추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우선 부처별 관리로 인해 종합적·체계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규제의 중복, 과잉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합리성과 형평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규제혁신에는 정부부처와 지자체, 정당 등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마냥 협조를 바라기보다는 합리적인 근거로 이끌어내야 한다.

즉 기존 규제와 신규 규제에 대한 검토를 위해 규제영향분석의 제도화 혹은 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 행안부에서 규제영향분석 절차를 거치게 하는 정부발의 법안과는 달리 의원발의 법안의 경우 해당 절차가 없어 규제영향분석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산업, 지역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의 특례사항들을 검토 후 관련 법률조항을 개선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지역 주도의 정책과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권한 및 자원의 지방이양 역시 고려돼야 한다.

규제혁신은 자유와 창의를 침해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불법적 행위를 막고 중요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규제혁신 과제가 보다 거시적이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 규제영향분석을 통한 맞춤형 혁신으로 민간과 기업, 지방의 활력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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