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8]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8]
  • 경남일보
  • 승인 2023.09.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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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와 아랑곳한 이야기
지난 글에서도 아이뜰(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칠 때 나오는 말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갈배움 앞생각(교육 계획)에 ‘겁쟁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봤는데 오늘은 이 ‘-쟁이’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쟁이’는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뒷가지입니다. 그렇다 보니 쟁이가 들어간 말은 참 많습니다. 먼저 ‘-쟁이’가 들어간 말에 여러분도 잘 아시는 개구쟁이가 있습니다. ‘개구쟁이’는 ‘심하고 짓궂게 장난을 하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로 ‘장난꾸러기’와 비슷한말입니다. 앞서 나온 ‘겁쟁이’라는 말도 ‘겁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고 겁쟁이는 ‘겁낼 겁(怯)’에 ‘쟁이’를 더해 만든 말입니다.

‘-쟁이’가 들어간 말 가운데 우리가 자주 쓰는 말과 걸리는 말이지만 잘 쓰지 않아서 낯선 말도 있습니다. ‘가살쟁이’라는 말인데 이 말은 말집(사전)에 ‘가살을 잘 피우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거나 ‘말이나 하는 짓이 얄밉고 되바라진 데가 있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가살’이라는 말을 우리가 잘 안 써서 모르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말인데 얄밉거나 되바라진 말이나 짓을 자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쉬울 것입니다.

또 흔히 많이 쓰는 ‘거짓말쟁이’가 있지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요즘에는 ‘뻥쟁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짓말’이라고는 모르고 ‘참말’만 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집(사전)에도 거짓말의 맞섬말 반대말은 참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는데 ‘참말쟁이’라는 말은 말집(사전)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뜰 유치원 아이들한테 먼저 ‘참말을 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참말쟁이’라는 말을 알려주면 앞으로 이 말도 쓰는 사람이 많아져 말집(사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거짓말쟁이’가 나와서 ‘참말쟁이’라는 말도 만들어 봤는데 말과 아랑곳한 ‘-쟁이’ 가운데 ‘고자질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고자질쟁이’도 ‘고자질을 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시지만 ‘고자질’의 말밑(어원)까지 아는 분들은 거의 못 봤습니다.

‘고자질’은 ‘고자+질’의 짜임으로 ‘고자’는 한자 ‘알릴 고(告)’에 ‘놈 자(者)’이고 ‘질’은 거의 좋지 않은 짓을 가리킬 때 쓰는 뒷가지입니다. 그래서 말집(사전)에도 고자질을 ‘남의 잘못, 허물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짓’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풀이에 나온 ‘일러바치다’는 말은 ‘이르다’와 ‘바치다’는 말을 더한 것이고 ‘이르다’에 ‘어떤 사람의 잘못을 윗사람에게 말하여 알게 하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고자질’, ‘고자질쟁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르다를 알면 ‘이름질’이라는 말도 만들 수 있고 ‘이름질을 잘하는 사람’는 ‘이름질쟁이’라고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자질쟁이’라는 말을 보면서 아이뜰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이름질, 이름질쟁이라는 말까지 알려주면 아이들의 말글살이를 좀 더 넉넉하게 해 줄 수 있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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