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48)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 (648)
  • 경남일보
  • 승인 2023.09.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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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후문학파와 노령시학(3)
필자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몇 가지 일을 맡아서 했다. 직책과 관련한 것으로는 기관지 『월간문학』 편집인으로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었던 작품 수준에 관한 것과 나름으로는 분리된 문협과의 진영논리를 완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잡았다.그리고 중간에 튀어나온 것으로 《문학표절문제연구소장》으로서의 숨가쁜 현안문제에 있어 응병여약식 접근을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개인적 집필 결과이긴 하지만 《후문학파》 제의와 묵시적 호응은 지나고 보니 지금 한창 필자의 18번째 시집 『파주기행』 발간과 때 맞추어 제의한 《노령시학》과 더불어 노령시대 노령사회를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 한국문단에 하나의 쟁점을 제시한 것이 되었다.

필자는 18번째 시집 발간을 앞두고 2.3년여 써온 시편들을 정리하다 보니 시 주제면에서 노년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무거운 지향, 곧 경륜과 체험의 시편이 시적 생애의 이름표를 달고 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호불호가 아니라 어떤 주제라도 노령의 입김이 서리고 노년의 정서를 그냥 쏟아내는, 제껴질 수 없는 삶의 도도함이라는 데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강물 같은, 아니면 가득차는 호수 같은 풍치라고나 할까?

‘천년이 몸으로 있는 도시/ 쉽게 건드리거나 땅을 파지 말아다오“(「진주1」나 ”천년이 강으로 흐르는 도시/ 물이 충혼의 언어로 시를 쓰고 있다“(「진주3」나 ”한때는 진주성이 얼굴이고 도시였다/한때는 논개가 얼굴이고 도시였다/한때는 풀잎 농민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비단이 알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저울, 형평이 얼굴이고 도시였다/한때는 신문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진주4」 라 하는 진주시편의 흐름은 진주를 역사로, 문화 생성의 언덕 건너뛰기로 바라보게 한다. 말초적인 풍경이 아니고 그야말로 역사의 얼굴로 진주를 그리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인생이요 생애이다.

소설가 박경리가 졸업한 ’진주여고‘ 시를 바라보기로 하자. 이 학교는 필자는 하루 한번씩 지나다닌다. ”진주여고를 지나갈 때/학칙에 따라 교복 잘 차려입은 1940년대 /박경리를 떠올린다//왜 그는 단정한 교복을 벗어 개켜 들고 /통영으로 가버린 것일까/ 그 한 해 휴학을 떠올린다//그의 진주체험/ 학교 서편 산자락을 끼고 재실 아래로 돌면/ 나오던/ 가마못 찰름거리던 물결을 떠올린다/ 한 해 한 번씩 떠오르던 익사의 전말, 누군가의/ 수첩에 기록되었을 공포를 떠올린다“(「진주여고를 지나갈 때」에서)

박경리가 재학중 한 해 휴학한 일과 학교 근처에 있었던 ’가매못‘에서 일어났던 ’한 해 한 명씩의 익사 사고‘를 가지고 소설을 썼던 일, ’진주의 3개‘였던 ’또개, 판개, 장개‘증 ’또개‘이야기로 시 한 편을 쓰고 있었던 에피소드 등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이 시에서는 박경리의 생애가 등장하고 있다. 노령의 앵글이 아니면 그 문학적 생애를 알턱이 없기도 할 것이고 또 시적 영역애 끼워 넣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가문과 출생과 생애를 통해 집약이라기 보다는 배제나 선택의 과정을 통해 ’오늘의 나‘가 있다는 생애의 시를 썼는데 제목도 특이하다. 「강씨, 강시인, 강교수」가 그것이다.

”나는 진주강씨 은렬공파 31대손이다//어사공파 학사공파를 제치고/강희안 강희맹을 제치고/ 유인 김해김씨를 넘기고/ 유인 여흥민씨를 넘기고//천하의 현대문학 추천을 피하고/ 일거에 시인이로다 신춘시를 허리에 끼고/ 출판사 문천사를 버리고/ 검인정교과서 편집일을 버리고/ 종로구 견지동 일제 삐그덕 나무계단을/버리고........국립대 시간강사를 거치다 풀고/ 전임강사 조교수,부교수를 거치다 풀고/정년보장 정교수 올레길 풀섶에 젖어 있었다...“

이 시는 생애를 말하는 시인데 그 과정이 끊임없이 배제, 선택, 풀기, 갖기 등으로 점철되어 왔음을 설명하고 있다. 시집의 지향이 ’노령시학‘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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