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존경하는 의사 선생님
[경일포럼]존경하는 의사 선생님
  • 경남일보
  • 승인 2023.09.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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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어디 귀하지 않은 직업이 하나라도 있겠는가마는 그 가운데 한 인간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직업을 꼽으라면 교사와 의사가 아닌가 한다.

의사는 한자로 醫師로 쓴다. 병을 고쳐주는 스승이란 뜻이다. 교사(敎師)가 학문과 인성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면 의사는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스승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사나 의사를 한없이 존경하는 것이다.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인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남다름이 있어야 한다. 존경의 속뜻에는 봉사와 희생과 사랑이 깔려 있다. 그러나 부귀와 권력에는 존경이 자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오로지 부자가 되고 싶어하거나 편의주의와 기회주의에 빠진 사람은 교사가 되어서도 안 되고 의사가 되어서도 안 된다.

요즘 의료계에서 미용 피부과 의사를 ‘무천도사’(無千都師)’라고 부른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전공 과목이나 경력이 없어도(無), 세후 월 1000만원(千) 이상을 받고, 도시(都)에서 일하는 미용 피부과 의사(師)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3억 6000만 원의 연봉을 내걸고 5차례 공고 끝에 1년 만인 지난 5월 내과 전문의를 구했다는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이나 연봉 4억원에도 응급실 의사를 겨우 구했다는 강원도 속초의료원, 2년 전 연봉 3억원을 내걸고 9차례 공고 끝에 어렵게 전문의를 구했다는 경북 울릉군보건의료원도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겠지만 가난하고 소외받는 농어촌 지역의 환자들에게도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졸업식장에서 제네바 선언(이전의 히포크라테스선서)을 선서한다고 한다.

그 선언 첫 번째 나오는 문구가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로 되어 있다.

생명이 경각에 달려 울부짖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밤새 수술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얼굴을 고치고 피부를 아름답게 하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보이는 쪽을 선택한 의사들도 있다. 수입이 적거나 어렵고 힘든 전공의 과정에는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반면 이들에 비해 다소 편하게 보이는 전공의 과정에는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돈을 쫓고 편안함만을 쫓는 의사가 있다면 그들이 졸업하면서 가슴에 손을 대고 선서한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맹세한’ 각오가 되어 있다고 진정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어떻게 봉사와 존경의 뜻이 담긴 스승으로서의 사(師) 자를 붙일 수가 있겠는가.

요즘 우리나라에는 너나할 것 없이 의사가 되려고 야단이다.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의대 준비반 학원이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극성 부모의 등쌀에 꿈 많은 우리 어린이들이 너무 안 돼 보인다. 적성도 인성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과학자의 꿈을 키우려고 대학에 들어간 우수한 인재들까지 의대에 가려고 중간에 진로를 바꾼다고 하니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는 어느 직업보다 적성에 맞아야 할 뿐만 아니라 강한 사명감과 천직으로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귀한 생명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의사를 처음 시작할 때 오로지 환자의 고통을 쓰다듬고 병을 치료함을 천직과 보람으로 생각했던 그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변치 않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보다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의사를 존경하지 않는가.

오늘도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밤낮 애쓰고 있는 의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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