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기저귀 인생
[경일춘추]기저귀 인생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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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참진주요양원 부원장
김상진 참진주요양원 부원장


성인용 기저귀 사용량은 늘고 아기용은 줄고 있다는 뉴스를 읽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반영한 통계다. 필자는 노인들의 기저귀 착용이 노년의 존엄을 유지하는 분기점이라 생각한다. 노인의 기저귀 착용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개인에 따라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요양원에서도 거동이 불편하거나 배설에 문제가 있다고 바로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다. 기저귀 의존성이 높아져 배설조절 능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변을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화장실에 가시도록 해 잔존능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기저귀 적응에는 시간이 걸린다. 기저귀에 배설을 못 하겠다며 화장실행을 고집하는 어르신도 계시기 때문이다.

기저귀는 인류와 함께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기저귀를 환자나 노약자, 아기들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실이 없는 전투기의 조종사, 우주인도 사용한다. 한국 국회의원이 사용한 사례도 있다. 2019년 12월 23일 오후 9시 50분부터 4시간 동안 공직선거법 반대 측 무제한 토론자로 나선 당시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착용했었다.

일회용 기저귀 사용량이 늘면서 환경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목재펄프와 고흡수성 플라스틱이 주성분으로 매립 시 최대 500년의 분해시간이 필요하다. 소각할 때는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기저귀용 목재펄프를 만드느라 해마다 20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 나간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 각국은 기저귀 재활용연구에 나서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기저귀의 고흡수성 플라스틱을 추출해서 의료용 밴드나 포스트잇 접착제로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 기타큐슈 시립대 연구진도 콘크리트와 시멘트 반죽에 들어가는 모래대신 기저귀 분쇄물을 사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영국 웨일즈대 연구진은 세척한 기저귀를 썰어 아스팔트와 섞어 도로 포장재로 사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지자체가 일회용 기저귀를 줄이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북 전주시는 ‘아기용 천 기저귀 세탁사업’을 하고 있다. 자활센터가 맡아 무료로 진행하는데, 사용한 기저귀를 매일 수거하여 세탁해서 배달한다. 서울시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천 기저귀 지원사업을 2014년부터 벌이고 있다. 양평군은 이달부터 집에 있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저귀 차고 와서 기저귀 차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도 노년에 기저귀를 차는 기간은 짧기를 희망한다. 존엄한 노년을 위해 하체 단련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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