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상우병영 중영(中營) 복원 의의
[기고]경상우병영 중영(中營) 복원 의의
  • 경남일보
  • 승인 2023.09.2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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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영 언론인·진주문화관광해설사
장일영 언론인·진주문화관광해설사


20일 진주성에서는 이름도 낯선 경상우도 병마절도영 중영 정당이 정면 7칸 측면 3칸의 어엿한 모습으로 복원되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섰다. 주면당, 찬주헌 등으로 불린 중영 정당은 경상우병영의 제2인자 병마우후의 집무공간으로 망일헌, 배리청, 진무청, 장청 등에 둘러싸인 중영의 중심건물이었다.

일의 순서로 따지면 병마절도사의 집무공간으로 관덕당, 운주헌으로 불리다가 1894년 병영 혁파 후 경상남도 관찰사, 도장관, 도지사의 집무공간이었던 선화당과 관련 건물 복원이 먼저이나 뒤로 미뤄져 아쉽지만, 복원사업 이후 성곽의 촉석문과 공북문 두 문루 외에 건축물 복원으로는 성안에서 처음이라는 점에서 진주성의 옛 모습 되찾기에 희망적 시사점을 던져준다.

경상우병영은 1603년 왜적에게 초토가 된 합포(창원)에서 촉석산성으로 옮겨졌다. 진주대첩에 이은 계사순의(癸巳殉義) 10년 뒤였다. 성은 폐허가 된 그대로였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군사와 백성의 죽은 자가 6만여 명이었고, 개와 닭도 남지 않았다. 적은 성을 파 뭉개고, 호(濠)를 메우고, 우물을 묻고, 나무를 베어버려서 전일의 패전한 분풀이를 한껏 하였다. 왜변이 있은 이래 사람 죽은 것이 이 싸움처럼 심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성은 비록 초토가 됐지만 일대 장강과 절벽, 천연 늪이 해자를 이루며 강으로 합류하는 ‘물속의 성’으로 하늘이 지은 천험의 요새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병영에는 병마절도사(종2품)를 두어 도의 국방책임을 맡아 유사시 군사적 전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병사는 관찰사가 겸임하는 겸병사와 병사만 전임하는 단병사로 구분했다. 겸병사는 경기 강원 황해도이며, 단병사는 충청 전라 평안도, 그리고 경상좌도와 우도, 함경남도와 북도였다. 조선8도 가운데 경상도와 함경도에만 병영을 2곳씩 뒀는데 경상도는 왜구, 함경도는 여진족을 막기 위한 군사요지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상우병영은 서울 기준 낙동강을 경계로 경상도 오른쪽 문경·상주·성주·진주·창원·김해 등 31개 고을과 상주·진주·김해 등 3개 진영, 조령산성(문경) 금오산성(구미) 독용산성(성주) 촉석산성 등 4개 산성의 군사를 총괄 지휘하는 사령부로 영남 서부지역 방어기지였다.

제2인자인 병마우후(종3품)는 병사를 보좌하며 도내 군사 전반을 다루고 도내를 순행하면서 필요한 군사조치, 훈련, 무기제작과 정비, 군장, 군사시설 수축 등을 살펴 방어태세를 갖추고 외적 침입, 내란, 도적, 호환(虎患) 등이 일어나면 군사력을 동원 지휘 대처하며 군량, 군자를 담당하는 막중한 지위였다.

우병영은 진주로 이전한 지 291년 만인 1894년 7월 병영 혁파로 폐지되고 1895년 진주관찰부, 1896년 경상남도로 개청했으나 강제병합 후 일제는 읍성철폐령과 시가지 규칙 등을 내세워 성지(城池)에 대한 무분별한 훼철과 함께 역사 문화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면서 성내에 신사를 세워 억지 참배를 강요하고 1925년에는 도청마저 뿌리째 뽑아 가져가며 엄청난 실의와 좌절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진주성의 옛 모습 되찾기란 길고도 힘든 여정이지만, 부분적이나마 외성 복원 의미를 띤 진주대첩광장 조성과 함께 이번 중영 정당 복원을 계기로 420년 전 초토가 되었던 폐허에서 경상우병영을 굳건히 세웠던 복원 의지를 되살리는 데 시민들의 슬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진주성에 대한 제대로 된 복원은 곧 진주의 구도심 공동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대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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